[저작권 한국일보]‘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12일 오전 10시 제주동부경찰서을 떠나기 직전 경찰서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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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펜션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고씨가 조사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술을 거부함에 따라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수법 등을 밝혀내지 못했다. 재판과정에서는 고씨의 주장대로 우발적 범행인지 계획적 범행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검찰청은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A(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은닉)로 고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2일 사건을 송치받은 뒤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지난달 말까지 경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범행동기와 방법을 규명하기 위해 주요 범행 도구에 대한 DNA 재감정, 디지털포렌식 결과 재분석, 추가 압수수색, 고씨의 현 남편 추가 조사 등 보강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고씨가 미리 구입한 수면제 졸피뎀을 음식물에 희석해 피해자가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고씨는 또 지난 5월 26일부터 31일 사이에 범행장소인 펜션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일부를 제주 인근 해상에 버리고, 고씨 가족이 별도로 소유한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에서 나머지 시신을 추가로 훼손해 쓰레기분리시설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피해자 시신은 이날 현재까지도 발견되지 않아 결국 직접 증거인 시신 없이 재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씨의 진술 거부로 범행 동기와 수법은 경찰 조사와 마찬가지로 검찰도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달 12일 검찰 송치 직후 10회 걸쳐 조사를 실시했지만, 경찰에서의 수사사항 언론 노출 등을 문제 삼으며 계속해서 진술을 거부하다가 후반에는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씨의 계획적 범행과 관련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해 공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압수한 증거품과 범행도구에서 발견된 혈흔, 범행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졸피뎀 등 범죄와 관련된 단어들을 검색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또 고씨가 우발적 범행의 근거로 내세우기 위해 증거보전신청을 한 오른손 부위의 상처에 대해 피해자를 공격하다 발생한 상처로 보고 있다. 검찰은 “고씨의 오른손 외에도 복부, 팔 등에 상처가 있는데 방어흔이 아닌 일부는 자해흔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하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고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고씨가 피해자에 대한 적개심, 전 남편과의 자식을 현 남편의 자식으로 만들려는 의도, 현재의 결혼생활 유지 등 복합적인 동기가 혼재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인명경시 살인으로, 구체적인 살해방법 등은 말하기 어렵지만 검색 내역과 물품 구입 내역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볼 때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며 “또한 피해자의 시신 일부라도 발견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도리인데, 고씨의 진술 거부로 그것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죄송스럽고,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