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막을 근본 처방 없었다
“소석회·CO2 첨가하면 부식 줄어”
전처리 없인 노후관 교체 소용없어
박남춘 “법적 책임 있으면 질 것”
지난달 27일 강원도 춘천시의 한 아파트 세면대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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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내보낼 때 수도관의 부식을 막는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치지만, 국내 정수장에서는 이런 절차를 생략하는 바람에 수도관 부식과 녹물이 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수도사업자인 지방자치단체에서 노후 수도관의 교체·세척에 소홀한 상황에서 수돗물 부식성 조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강원에서는 붉은 수돗물로 시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달식 한국계면공학연구소장은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상수원은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탄산칼슘의 농도가 낮은 ‘연수(軟水)’여서 부식성이 높다”며 “국내 수돗물 기준도 pH(산성도) 하한값이 5.8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6.5에 비해 낮아 산성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수돗물의 부식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식된 수도관 내부 모습. [중앙포토] |
우 소장은 1999년부터 수돗물 녹물 문제를 연구해왔으며, 2001년부터 환경부와 서울시 위탁을 받아 다섯 차례 이상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그는 “정수장에서 정수 처리 후 소석회(수산화칼슘)와 이산화탄소를 첨가하면 수돗물 부식성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관 내에 얇고 단단한 탄산칼슘 피막이 형성돼 녹이 떨어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부분 정수장에서 부식성을 조절한 다음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국가 수질관리 목표에서 부식성 지수(LI)가 -1에서 0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수돗물은 부식성 지수가 보통 -1을 밑돌며, -3 아래로 떨어져 강한 부식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부식성 지수는 음(-)의 값이 클수록 부식성이 강하다. 미국은 먹는 물 수질 기준의 부식성 항목에 ‘비부식성(non-corrosive)일 것’이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 소장은 “큰 비용 들여 노후관을 교체해도 부식성을 낮추지 않으면 곧바로 녹이 슬고 녹물 나올 수밖에 없다”며 “녹이 발생하면 잔류염소 농도가 떨어지고, 세균 성장도 우려되기 때문에 부식성 조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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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10여 년 전 5개 정수장에 부식성 조절 과정을 시범 도입했다. 당시에는 소석회를 녹여서 투입하는 기술이 부족해 수도관이 막히는 ‘사고’가 발생했고, 정수장 직원들도 반대해 포기했다. 남궁은 한국환경한림원 회장은 “국내에서도 수도관 교체나 청소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정수장에서 부식성 조절을 시범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남춘 인천시장은 한 달 동안 지속된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1일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인천시청에서 “정부 안심지원단에서 여러 단계의 수질검사를 거친 결과 수돗물 수질이 사고 발생 이전으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수돗물 정상화의 마지막 단계인 공동주택 저수조 정화작업과 말관·직수 배관의 계획방류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날도 수돗물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시민들이 100% 신뢰를 가져야 정상화”라며 “시민들이 수질 회복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돗물 안심지원단은 음용 가능 여부를 블록·지역별로 확인하고 있으며 학교별로 수질 분석을 거쳐 수돗물 사용 급식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이날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수돗물과 관련한 책임 규명은 정부 감사와 사법기관 조사를 통해 명확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인천=심석용 기자 kang.chansu@joon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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