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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카레에 수면제 섞어 182㎝ 전남편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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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수사로 본 범죄의 재구성

카레 향 강해 약물 냄새·맛 감춰

사건 당시 음식·시계 등 촬영도

전남편 펜션 문 향해 기어간 혈흔

고씨, 뒤쫓아가 2~3회 더 찔러

수사에 혼선 주려고 자해까지

중앙일보

지난달 28일 경찰이 제주 구좌읍 쓰레기매립장에서 ‘전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시신을 담아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종량제봉투를 찾고 있다. 인력 65명과 탐지견 2마리가 투입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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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1일 재판에 넘겨지면서 범행 당시의 상황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간 진행된 검찰·경찰의 수사 결과와 폐쇄회로TV(CCTV)·차량 블랙박스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전남편이 살해된 전후의 상황을 재구성했다.

사건은 피해자 강모(36)씨가 지난 5월 25일 아들(5)을 만나러 제주 자택을 나서면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30분 강씨는 제주시에 있는 집에서 모닝 승용차를 몰고 홀로 출발했다. 그는 오전 9시30분에 ‘우리 아들 보러 간다’며 차 안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귀포 모 테마파크로 향했다. 오전 11시30분 강씨는 고유정이 데리고 온 아들과 테마파크에서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오후 4시20분에 이들은 고유정의 그랜저 차를 타고 예약한 펜션까지 함께 이동했다.

경찰은 펜션에 도착한 세 사람이 오후 7시쯤 저녁을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고유정은 저녁에 먹을 음식으로 카레라이스를 준비했다. 검찰은 이때 고유정이 강씨의 음식이나 음료에 수면 효과가 강한 ‘졸피뎀’을 넣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 182㎝, 몸무게 80㎏의 건장한 체격인 강씨가 160㎝ 내외의 고유정에게 제압된 것도 졸피뎀 성분 때문으로 추정된다. 해당 졸피뎀은 고유정이 5월 17일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도 아편을 넣은 카레를 마구간 소년에게 먹여 잠들게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아편을 음식에 넣으면 누구나 눈치 챌 정도로 독특한 맛이 나는데 카레는 그런 아편 맛을 감추는데 최적의 요리라고 홈즈는 설명한다. 한편 이때 고유정은 자신이 만든 카레 사진을 찍는 등 당시 과정을 사진으로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이 확보한 고유정의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직접 만든 카레와 졸피뎀 등 약을 넣어둔 파우치, 당시의 시각을 보여주는 시계 등이 찍혀 있었다. 검찰 조사에서 고유정은 이런 사진을 찍은 목적 등에 대해서 입을 닫았다.

조사 결과 고유정은 오후 8시~9시16분 사이에 전남편을 살해했다. 오후 8시에 강씨가 펜션에서 아버지와 통화를 한 점으로 미뤄 이때까지는 별다른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이후 오후 9시 16분에 강씨는 동생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진 상태였던 강씨 통화내역에 근거해 범행 시각을 추정했다. 범행 당시 아들은 펜션의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범행 때 아들은 옆방에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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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이 전남편 살해 이틀 뒤 종량제봉투를 버린 펜션 인근 쓰레기 분리수거장. [편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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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은 아들이 다른 방으로 향하자 본격 범행에 돌입했다. 잠을 청하는 전남편에게 다가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공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건 현장인 펜션에는 강씨가 피를 흘리며 주방을 거쳐 출입문 쪽으로 기어간 혈흔이 남아 있었다. 고유정은 이런 강씨를 뒤쫓아가 흉기로 최소 2~3차례 더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혈흔상 강씨가 반항한 흔적은 남았지만, 반격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튿날부터는 숨진 강씨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더욱 참혹한 범행이 이뤄졌다. 26일 오전 11시에 고유정은 아들을 제주의 친정집에 데려다준 뒤 다시 펜션으로 향했다. 낮 12시30분에 펜션에 돌아온 고유정은 시신을 본격적으로 훼손하기 시작했다.

범행 3일째부터는 시신을 곳곳에 은닉하거나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27일 오전 11시에 고유정은 종이상자 등을 들고 펜션을 퇴실한 뒤 정오께 인근 클린하우스(쓰레기 분류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인근 CCTV에는 고유정이 묵직한 종량제봉투 4개를 버리는 장면이 찍혀 있다.

27일 정오에 봉투를 버린 뒤 시내로 향한 고유정은 한 병원을 찾아가 다친 손을 치료받았다. 고유정은 이 상처가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며 법원에 증거보존 신청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이 상처가 전남편을 살해하거나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고유정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신체 일부 부위에 자해를 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후 오후 4시50분에 고유정은 숨진 강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조작 문자를 보낸다. ‘(성폭행 사실을) 고소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다.

범행 4일째부터는 제주를 벗어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28일 오후 3시30분 고유정은 범행도구를 구입한 제주시 노형동의 한 마트로 가 남은 표백제와 테이프 등을 환불했다. 오후 8시30분쯤 고유정은 완도행 여객선에 오른 뒤 오후 9시30분에 훼손한 시신이 담긴 봉투를 바다에 유기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고유정이 시신이 담긴 것을 추정되는 봉투를 버리는 모습은 여객선 CCTV에 찍혔다.

범행 5일째에는 김포의 아파트에서 2차 시신 훼손이 이뤄진다. 29일 오전 4시에 고유정은 김포시내 아파트에 도착해 강씨 시신을 또 훼손했다. 아파트에는 고유정이 사전에 주문한 전기톱이 도착한 상태였다. 범행 7일째는 시신에 대한 훼손·유기가 마무리된 시점이다. 31일 오전 3시 고유정이 아파트 내 쓰레기분리수거장에 종량제봉투를 유기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범행 8일째인 6월 1일 10시30분 경찰은 청주의 집에 있던 고유정을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의붓아들 사망 추가 조사



고유정의 의붓아들 A군(5)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오는 4일 제주교도소에 수사관 5명을 보내 고씨를 상대로 A군이 숨진 경위를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앞서 지난 1일 프로파일러 등 수사관 7명을 제주로 보내 고씨를 조사했다. A군은 제주도 친가에서 지내다가 2월 28일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청주에 왔다가 이틀 뒤인 3월 2일 오전 10시10분쯤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주·청주=최경호·최충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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