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시내 자율형사립고 8곳의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자 해당 학교와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익감사 청구와 행정소송을 적극 고려하는 한편 진보 교육감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자사고 학교장연합과 학부모연합 등으로 구성된 '자율형사립고 공동체연합'은 9일 "이번 평가는 애초부터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반교육적이고 부당한 평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자사고연합은 "학교 평가를 빙자해 자사고를 없애기 위한 짜맞추기식 위장 평가 결과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지정 취소가 결정된 8개 학교를 포함해 모든 자사고가 공동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 8개 학교는 특히 교육청의 자의적인 평가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숭문고 관계자는 "평가의 타당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운영 목표나 발전 계획 등에 대한 정성평가에서 터무니없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 점수를 매겼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반발했다. 이대부고 관계자도 "깜깜이 비밀 평가가 이뤄져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통 평가지표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주관이 많이 개입되지 않았나 싶다"고 비판했다. 자사고연합은 이에 평가 전반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행정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도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소 결정을 뒤집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이번 결정을 취소시키기 위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퇴진운동과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은혜 교육부 장관 지역구에서도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부고 관계자는 "1학년 학생들은 자사고 지정 취소 결과에 동요하는 분위기"라며 "교사들에게 계속 자신들이 이제 일반고에 다니는 거냐, 불안하다는 등의 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고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는 "갑작스럽게 이렇게 탈락해버려서 '멘붕(멘탈 붕괴)'인 상태"라며 "내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학생 부모들도 난리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강북 자사고가 많이 탈락해 강북 학부모들 사이에선 선택의 폭이 굉장히 줄었다고 불만이 크다"고 했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배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소재성 군(17)은 "대학이 이미 서열화된 구조 속에서 자사고만 입시 줄세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돼 안타깝다"며 "명문 학교에 재학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 학교를 만들기까지 학생들의 노력들은 교육부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희수 기자 / 김유신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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