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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승준 “가슴에 맺힌 한 풀 기회”…한국 상륙 작전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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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법원 판결로 다시 재판 받게 돼

2002년 이후 17년간 입국 거부됐지만

올 초 미니앨범 내는 등 재기 기회 엿봐

7전 8기 끝에 돌아선 마음 돌릴까 관심

중앙일보

가수 유승준. [중앙포토]


가수 유승준(43)의 ‘한국 상륙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11일 대법원이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유승준에게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이 행정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 유승준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당장 한국 입국이 가능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면서 다시 한번 재판을 받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우호적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유승준과 가족들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가슴 속 깊이 맺혔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이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자랐던, 그리고 모든 생활터전이 있었던 모국에 17년 넘게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을 전전해야 했다. 아이들과 함께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게 됐다”고 호소하는 한편, “대중의 비난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며 평생 반성하는 자세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유승준은 2002년 1월 미국 LA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이래 지난 17년 동안 끊임없이 연예계 복귀 의사를 밝혀 왔다. 그해 2월에는 서울에서 미국 국적 취득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병무청 요청에 따라 법무부에서 입국을 거부하면서 그대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청와대ㆍ법무부 장관ㆍ병무청장ㆍ국가인권위원회에 입국을 허가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는 등 한국 활동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유승준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03년 6월 당시 약혼녀였던 부인 오유선씨의 부친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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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된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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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한 그는 그 후에도 틈틈이 기회를 노렸다. 1997년 ‘가위’로 데뷔해 ‘나나나’ ‘열정’ ‘찾길 바래’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남성 솔로 가수로서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그를 향한 방송가와 가요계의 러브콜도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번번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2005년에는 Mnet에서 4개월에 걸쳐 16부작 다큐멘터리 형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유승준 99.8; Westside Story’를 제작했으나 국민 정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방송이 취소됐다. 2007년에는 7집 ‘리버스 오브YSJ(Rebirth of YSJ)’를 발매했지만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유씨를 향한 성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2007년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 중 부실 복무 논란이 일어 현역으로 재입대한 싸이(본명 박재상ㆍ42)는 4년 7개월 동안 군 생활을 한 이후 ‘강남스타일’로 월드스타가 됐고,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고의 발치 의혹을 받았던 MC몽(본명 신동현ㆍ40)은 2012년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2~3년에 한 장꼴로 새 앨범을 발표하고 있지만 유승준은 면죄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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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은 2015년 인터넷방송을 통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중앙포토]


2015년 5월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데 사죄하고 싶다”며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군대를 가겠다”고 무릎 꿇고 눈물로 사죄했지만 되려 역풍을 맞았다. 1976년생인 그가 병역법상 만 38세가 지나면 소집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그해 9월 미국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발급이 거부되면서 4년간 이어온 법정 다툼에 곱지 않은 눈초리가 쏟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도전한 컴백 시도도 무산됐다. 유승준은 지난해 11월 미니앨범 ‘어나더 데이(Another Day)’를 발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니뮤직 유튜브 채널에 신곡 티저 영상이 게재되자 다시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앨범 발매를 연기한 그는 올 초 자신이 설립한 YSJ 미디어 그룹을 통해 발매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는 “제발 되돌리고 싶어 더 늦기 전에”(‘어나더 데이’)라고 간절함을 담아 노래했지만, 너무 늦은 사과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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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이 올 초 선보인 미니앨범 ‘어나더 데이’ 재킷. [사진 YSJ 미디어 그룹]



음악계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90년대 데뷔 당시 유승준은 춤과 노래가 다 되는 몇 안 되는 솔로 가수 중의 한 명이었다.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지로 예능에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는데 병역 기피로 해당 이미지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음악 시장은 솔로 댄스가수가 설 수 있는 자리가 좁을뿐더러 해외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요즘은 한국에서 먼저 인기를 얻어야 해외에서도 더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용민 대중음악평론가는 “유승준과 MC몽이 소구하는 시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소위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이라 불리는 MC몽의 노래를 겉으로는 비난하더라도 혼자서는 들어줄 청취 층이 존재하는 반면, 유승준은 20~30대 남성보다 여성 팬층이 넓었기 때문에 더는 그 음악을 소비하고자 하는 대상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 데뷔한 이글파이브의 리치가 최근 선보인 걸그룹 여고생을 예로 들며 “대중문화에서 원하는 시대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제작자는 90년대에 머무른 시대착오적 기획”이라며 “유승준이 17년간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달라진 시대 감수성에 맞춰 유승준에게도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승준은 이미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충분한 죗값을 받았다고 본다”며 “보편적 인권의 관점이나 형평성 차원에서 보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병역이 20대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만큼 젊은 층의 호응을 받지 못할 수는 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증오 및 혐오 표현이 많이 사라진 것처럼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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