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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나도 비트코인 채굴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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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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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삼성전자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암호화폐 산업에 발을 들이자 대중의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비트코인의 거래규모는 이미 2017년 말과 2018년 초 암호화폐 투자 광풍의 시기를 넘어섰다. 비트코인이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전 60%를 넘더니 이제는 65%에 달했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살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원천적인 방법은 있다. 채굴이다. 일해서 돈을 벌듯,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을 벌기 위해선 컴퓨터를 일하게 하면 된다.

그렇다면 개인이 채굴에 나설 수 있을까? 그게 효율적일까? 디센터가 채굴과 채굴 산업에 대해서 정리해봤다.

채굴이란?
비트코인(BTC)을 얻는 방법은 개인 간 직접 거래를 하거나, 거래소에서 BTC를 사면(trading) 된다. 아니면, 직접 ‘캐는(mining)’ 방법이 있다.

채굴은 컴퓨터로 고난도 수학 문제를 푸는 작업이다. 문제를 풀면 ‘블록’이 만들어진다. 채굴자는 블록을 만든 보상으로 BTC를 받는다. 현재는 블록 하나를 만들 때마다 12.5BTC를 받을 수 있다. 2020년 5월 3번째 반감기를 지나면 채굴 보상은 6.25BTC로 줄어든다. 반감기란 BTC 채굴량이 4년마다 반으로 줄어드는 걸 의미한다. BTC는 2,100만 개로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약 2140년까지 채굴이 끝나면 BTC는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다. 매장량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금과 비슷하다. ‘채굴’이란 용어를 쓰는 까닭이다.

채굴에 참여한다고 누구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블록을 생성한 한 채굴자만이 보상을 받는다. 채굴자에게 연산 능력(hash power)이 중요한 이유다.

내 컴퓨터로도 채굴이 가능할까?
BTC가 탄생한 초기에는 일반 PC로도 BTC 채굴이 가능했다. 채굴 난도가 지금보다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BTC 숫자가 감소하면서 문제 난도가 급격히 어려워졌다. BTC 채굴에 최적화된(ASIC, 주문형 반도체) 채굴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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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기를 한대 사볼까?
채굴을 시작하려면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물리적 공간’이 있어야 한다. 채굴기를 놓고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기’다.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저렴한 전력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기계’다. 즉 채굴기가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채굴기 생산업체는 ‘비트메인(Bitmain)이다. 중국에 있는 세계 최대 채굴기 생산업체다. ’앤트마이너(Antminer)‘란 ASIC 채굴기를 만든다. 가장 최근에 나온 버전은 지난 2월 출시된 앤트마이너S17이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일반 투자자에겐 채굴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채굴기를 원래 가격보다 몇 배나 더 비싸게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앤트마이너 S17이 1,800달러(212만원)로 책정되어 나온 모델인데, 현재 68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그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Z11은 400만원이다”라고 전했다. 이미 채굴기를 사는 데서부터 손해를 보고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채굴 경쟁에선 먼저 채굴한 사람이 보상을 받기 때문에 성능 좋은 채굴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최신 버전의 채굴기는 값이 지나치게 비싸다. 그렇다고 성능이 떨어지는 채굴기를 구매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채굴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무엇보다 다른 조건이 충족된다고 해도 값비싼 전기료 때문에 한국에선 수지가 안 맞는다는 게 중론이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에선 전기료가 비싸서 무조건 해외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채굴량이 올라가면 전기료가 어느 정도 낮아야만 채산성이 나온다”고 전했다. 표 대표는 “과거엔 산업용 전기를 써도 한국에서 채산성이 나왔었지만, 지금은 정부 단속도 있거니와 채산성도 안 나온다”며 “국내 비트코인 채굴은 거의 불가능해진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이은철 비트퓨리 한국지사장은 “한국에선 산업용 전기가 아니라 일반용 전기를 써서 채굴기를 돌려야 하며 그게 kWh당 100원 정도 된다”며 “그 가격으로는 채굴 메리트 없다”고 지적했다. 비트퓨리는 글로벌 BTC 채굴기 업체다.

채굴업자는 어떻게 값싼 전기를 구할 수 있을까?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마이닝 세계에선 전기가 금이다”라고 표현했다. 값싼 전기료를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란 것이다. 그는 업체들이 “전기가 싼 곳을 찾아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진출한다”고 말했다. 표 대표는 “어떻게 수력 발전소 가까이에다 땅을 사서 건물을 올릴까, 어떻게 발전소와 협상해 전기료를 낮출까 등을 고민하는 게 마이닝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값싼 전기료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직업도 생겼다. 표 대표는 “동굴 브로커가 있다”고 전했다. 냉방이 들어갈수록 전기료가 올라간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시원한 데서 BTC를 캐는 것이 효율적이다. 표 대표는 “제일 좋은 장소는 동굴”이라며 “동굴에 전기만 들어가면 365일 24시간 시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연동굴이 아니라 옛날에 우리나라로 치면 피난용으로 파놨던 벙커 같은 걸 미리 사서 채굴업자를 연결해주고 마진을 갖는 직업이 동굴브로커”라고 설명했다.

’전기 브로커‘도 있다. 표 대표는 “전기 브로커는 자기가 먼저 발전소, 송전소, 변전소와 협상해서 아주 싸게 전기를 받아온 다음에 30% 수준의 마진을 붙여 채굴업자에게 다시 판다”고 전했다.

이은철 비트퓨리 한국지사장도 “전기값이 싼 곳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립토윈터가 오면 전기료가 제일 비싼 사람이 제일 먼저 (채굴기를) 끈다”며 그래서 “(크립토윈터에) 버틸 수 있는 채굴자가 오히려 BTC를 더 번다”고 전했다. 비트퓨리는 컨테이너에다 BTC 채굴기를 설치한다. 해당 장소에서 전기 값을 올리면 바로 컨테이너만 싣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다.

그럼 일반인은 채굴 사업에 투자 못하나?
할 수 있다. 클라우드 마이닝(Cloud Mining) 서비스를 구매하면 된다. 클라우드 마이닝은 대규모 설비를 구비한 채굴 기업이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BTC를 채굴한 뒤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명목화폐나 디지털 자산으로 채굴 기업의 해시파워를 구매한다. 그리고 전체 해시파워에 대한 지분만큼 수익을 분배 받는다.

주요 클라우드 마이닝 업체는 다양한 패키지를 제공한다. 계약 기간은 보통 1년이다. 제네시스 마이닝(Genesis Mining)이 세계 1위 업체다. 최근엔 국내 기업 체인파트너스도 BTC 클라우드 마이닝 서비스를 출시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마치 싼 듯 보이는 곳이 있지만 약관을 자세히 보면 매일 채굴되는 코인에서 (사이트가) 일부 운영비를 떼고 준다”며 “문제는 이 운영비가 엄청 비싸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구매비 말고 운영비까지 따져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치비와 운영비를 꼼꼼히 계산해보고 클라우드 마이닝 서비스를 구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표 대표는 “마이닝은 미들 리스크 미들 리턴(middle risk, middle return)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그는 “BTC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 믿는 사람들은 트레이딩 대비 마이닝 수익이 좋을 수 있지만 이게 단정적으로 좋다고 말하는 건 위험하다”고 전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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