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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하람 등에 ‘KOREA’ 대신 테이프, 개최국 국제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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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연맹, 대회 11일전 후원 계약

국가대표 트레이닝복 준비 못해

브랜드 로고 위에 테이프 붙여

어제서야 KOREA 덧댄 옷 지급

중앙일보

남자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가운데)의 트레이닝복 로고가 은색 테이프로 가려져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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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는 194개국 27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다. 한국에서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유니폼엔 영문으로 국적을 표시하는 ‘KOREA’란 글자가 없다.

한국 다이빙의 에이스로 꼽히는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입은 옷에도 KOREA란 글자는 없었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다이빙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선에 출전할 당시 그가 입은 트레이닝복 등판에는 KOREA란 국가명 대신 은색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옆에 나란히 선 중국과 멕시코,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등에 영문으로 국가명을 새긴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개최국 한국의 선수가 국가명 대신 은색 테이프가 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대회장에 나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다.

김영기 대한수영연맹 사무처장은 “연맹이 수영용품 브랜드인 아레나와 전속 후원 계약을 늦게 한 탓에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의 공식 유니폼을 제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트레이닝복에 급하게 태극기를 단 뒤 KOREA란 글자를 붙였다”면서 “다이빙 대표팀의 경우 일찌감치 선수촌에 들어간 데다 대회 개막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면서 KOREA란 글자를 붙인 유니폼을 지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수구·경영·아티스틱 수영·오픈워터 수영 선수들에게는 KOREA란 글자를 덧댄 유니폼을 개막전에 지급했다”며 “다이빙 선수들에게도 15일 KOREA란 글자를 붙인 유니폼을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국 선수들이 제대로 된 유니폼을 입지 못한 것은 대한수영연맹(회장 김지용)의 안일한 행정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영연맹과 아레나의 후원 계약은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이후 연맹은 다른 브랜드를 새 후원사로 영입하기 위한 작업을 했고, 이사회를 통해 의결까지 했다. 그러나 집행부 일부의 반대로 이 계약이 무산됐다. 그 사이 6개월이 지났고, 다급해진 수영연맹은 다시 아레나에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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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수구 대표팀 선수들의 트레이닝복에는 ‘KOREA’라는 글자가 덧대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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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연맹이 아레나와 후원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1일. 세계수영선수권 개막을 겨우 11일 남겨놓고 계약을 한 것이다. 아레나 코리아 정종훈 전무는 “최소한 6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불과 10여일 만에 한국 선수단 유니폼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아레나는 결국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재고가 150여 세트 정도 남아있는 제품을 찾아 태극기 로고만 달아 수영연맹에 보내줬다. 그러자 수영연맹은 KOREA란 글자를 붙여 선수단에 나눠줬다. 이 모든 과정이 급박하게 이뤄지다 보니 우하람처럼 일부 종목 선수의 경우엔 KOREA란 국적 표시가 없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는 하계·동계올림픽, 축구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과 함께 세계 5대 국제스포츠 이벤트로 불린다. 수영은 미국·유럽·일본·중국 등에선 인기 종목이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세련된 디자인의 유니폼 대신 급하게 준비한 기성품 트레이닝복에 KOREA를 임시로 붙인 뒤 폐회식까지 치러야 한다.

아레나 코리아 정종훈 전무는 “수영용품 브랜드로서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는 정말 뜻깊은 스포츠 이벤트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우리 대표선수를 빛나게 해줄 멋진 유니폼을 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부족한 탓에 그렇게 하지 못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수영연맹은 재정 악화와 집행부 인사의 비리 등으로 지난 2016년 3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이후 2년여의 표류 끝에 지난해 9월 집행부와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그러나 새 집행부는 후원사 계약을 놓고 삐걱댔고, 그 피해는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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