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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밀레니얼의 수다, 솔ㆍ까ㆍ말] 고양이와 놀아주는 법도 요리 레시피도 포털 대신 유튜브서 검색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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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유튜브
한국일보

유튜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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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대신 유튜브로 검색하고, 실시간 검색어보다 영상 조회수에 신뢰 한 표를 보냅니다. 예능, 뉴스, 심지어 성인용품 리뷰도 공유한다는 콘텐츠의 바다 유튜브. 다양성이란 이름 아래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선정적, 폭력적, 혐오적 콘텐츠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미디어 환경을 뒤흔드는 유튜브를 밀레니얼이 솔직하게 리뷰해 봤습니다.

◇ 없는 게 없는 유튜브, 어디까지 해 봤어?

강냉이= 나는 요리를 시작하면서 유튜브에 입문했어. 쉽고 간편한 집밥 레시피 영상을 많이 봤어. 영상이 글이나 사진보다는 보고 따라하기 훨씬 쉽더라고.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후로는 고양이 관련 영상도 많이 봐. 고양이랑 놀아주는 방법, 목욕시켜 주는 방법 등을 찾아봤어. 능숙한 집사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영상으로 우리집 고양이랑 잘 지내는 법을 배웠어. 초보 집사 딱지를 떼는 데 유튜브 덕이 컸지.

핑거스냅= 정보를 찾기 위해 유튜브를 본다는 점에서 강냉이와 비슷해. 인상 깊었던 콘텐츠는 혼술(혼자 술 마시는 것) 안주 리뷰! 참피디라는 채널을 구독하는데 가성비 좋은 안주 리뷰도 하고 온갖 음식을 배달해 먹는데 그걸 보면 ‘이런 것도 배달이 되는구나’ 하고 놀라워. 유튜버 혼자 곱창도 구워 먹는데 진짜 맛있어 보여. 또 내가 보진 않았고 들어 보기만 한 건데, 성인용품 리뷰 콘텐츠도 있대. 구독자들이 그 리뷰를 본 뒤에 제품 구매도 한대. 그리고 TMI지만 편집자가 직접 써본 뒤에 영상을 만든대!

판다= 사용법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직접 사용한 느낌도 이야기하는 거야?

핑거스냅= 응.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추천해 준대. 처음 듣고는 당황했는데 오히려 솔직하게 알려주니 속이 시원할 것 같아. 포털 사이트는 성 관련 담론 형성을 무조건 막는 경향이 있잖아. 콘돔은 누구나 알아야 할 피임 도구임에도 검색하면 청소년 유해 콘텐츠로 차단돼. 반면 유튜브는 성 관련 콘텐츠가 양지에서 논의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고 봐.

판다= 나는 어떤 상품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유튜브에서 상품 리뷰를 검색해. 포털 말고 무조건 유튜브에서. 특히 전자기기 사기 전 유튜브 리뷰 검색은 필수야. 예전에 맥북을 사고 싶어서 ‘맥북 신버전 리뷰’를 검색해 봤거든. 유튜버가 이전 버전에 비해 향상된 기능, 가격 대비 성능 평가, 여러 기능이나 디자인 등을 상세히 설명해 주는 거야. 글이나 사진이 아니라 영상이어서 좋았던 건, 마치 내가 매장에 있는 것처럼 확인이 가능하다는 거야. 이해도 쉽고 신뢰도 갔어. 게다가 유튜버는 광고가 아닌 이상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해. 그래서 매장 직원들보다 믿음직하고.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보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걸 더 선호해.

커피콩= 우리보다도 어린 친구들은 재밌는 영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색하려고 유튜브를 많이 활용하더라. 판다처럼 포털보다 유튜브가 먼저 떠오른다는 거야. 나는 유튜브를 포털처럼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충격적이긴 했어. '검색하면 유명ㆍ대형 포털 아닌가?'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결론은 유튜브에는 포털 저리 가라 할 만큼 다양하고 유용한 영상들이 많이 올라온다는 거야. 온갖 해외 강연 영상도 올라오지. 세계 각지의 정보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워.

강냉이= 포털보다 투명하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찾기도 해. 국내 포털보다 유튜브 콘텐츠에 믿음이 가고 더 자주 찾게 돼.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 검색어 조작 에피소드가 나와. 외압과 경영진의 뜻에 따라 포털 검색어 순위가 조작되는 내용이야. 실제 한 포털에서 검색어나 댓글을 조작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잖아. 반면 유튜브는 회사 차원에서 조회수나 검색어를 조작한다는 생각은 안 들어.

두리안= 뭔가 배우고 싶을 때도 유튜브에서 찾아. 대표적인 게 편집. 편집 처음 시작할 때 헷갈리는 게 생기면 관련 영상을 찾아봤어. 또 해외 토크쇼 영상을 보면서 영어도 익히고.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도 유튜브를 통해 많이 알아가는 것 같아.

핑거스냅= 나는 게임이나 영화 리뷰 채널도 많이 보고, 브이로그 찍는 일을 하다 보니 참고하기 위해서 다른 브이로그 영상도 많이 봐. 스트리밍 방송도 많이 보는데 유튜브에는 그 영상이 재편집돼 올라와. 4시간짜리 방송을 다 보지 않고 재밌는 부분만 볼 수 있어. 우리보다 어린 친구들은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다는 말도 있더라. 핵심만 있는 짧은 영상에 많이 노출되니 긴 글이나 영상은 지루해한대. 그러고 보니 내가 유튜브를 진짜 많이 보는구나.

두리안= 베트남에서는 뮤직비디오 영상도 진짜 많이 봐. 베트남에는 음원 사이트가 없고 음원 다운로드도 무료야. 저작권이 있긴 하지만 음원 사이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아니야. 노래의 인기 평가 기준이 오로지 영상 조회수가 되는 거지. 한국과 달리 음원 사이트 기능도 대신한다고 볼 수 있어. 인기 영상 차트에서 꼭 1등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팬들이 무한 스트리밍으로 조회수를 올리곤 해.

커피콩= 또 언론사 채널! 이젠 언론사 대부분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TV는 안 봐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보도 영상은 보니까. 유튜브에는 뉴스가 이슈별로 정리돼 있고 관심 있는 소식만 받아볼 수 있잖아. 심지어 무료라 얼마나 좋아. 물론 유튜브가 언론 기능까지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한국일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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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 유튜브 열풍, 어떻게 봐?

핑거스냅= 최근 정치인도 유튜브로 소통하는 경우가 늘었어. 정치인의 유튜브, 어떻게 생각해? 나는 정치인 의도가 뻔히 보일 때가 있더라. 유튜브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고민 않고 ‘어떻게 국민을 선동하고 상대를 비방할까’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 그래서 거부감이 들어. 선거에서는 흑색선전도 많이 이용되고. 정치에는 그런 게 필요하기도 하지만 소통 내세우며 지지 세력만 올리려는 것은 기만이야. 개인에게 최적화된 영상이 추천된다는 점에서 정치 확증편향도 부추길 수 있어.

커피콩= 정치인과 국민 사이 정보 격차를 줄이는 장점은 있어. 의정 활동 내용을 적극적으로 공개해 홍보하면 국민들도 정치에 더 관심 갖게 될 거야. 지방 의원 외유성 출장 논란이 있던 때에 해외 출장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남기고 소통하는 지자체도 봤어. 유튜브가 정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사용된 사례라고 생각해.

판다= 현 정부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라이브도 하잖아. 언론을 통해 발언이 왜곡된다고 생각한다면 유튜브를 통해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 특히 소수정당에 중요한 길이 될 거야. 방송에 출연하려면 거대 정당이어야 하잖아. 정의당도 어렵게 나올 수 있었지. 선거 때마다 홍보 전단지를 받으면 많은 정당들이 있는데 다 검토해 볼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지상파 아닌 플랫폼을 찾을 때 유튜브가 하나의 대안이 된다고 생각했어.

커피콩= 언론 주목을 받는 의원들은 몇 안 되고 지방의회 같은 경우 지역구 의원보다 덜 알려진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지역 주민 얘기도 듣고 행정에 반영하면 긍정적이지 않을까?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가능할 수도 있어. 방송에서 지방의회 의원에게까지 말할 기회를 주지 않으니 말이야.

판다= 페이스북에서 우리 지역구청장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구청장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줘. 오늘은 꽃을 심었다, 과학관을 지었다 등등. 아쉬웠던 건 주민들과 함께 어떤 지역 만들고 싶은 지와 정치관에 대해 더 듣고 싶은데 그런 게 없었어. 유튜브는 페이스북 게시물보다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 폭력적, 선정적 영상 그리고 가짜뉴스. 왜 흥행하는 걸까?

핑거스냅= 어느 날은 유튜브 인기 목록 10위에 가짜뉴스 콘텐츠만 4개가 올라온 거야. 심지어 인기 급상승으로. 제목은 ‘송송커플 이혼으로 가려진 문재인 정부의 진실’ ‘김정은 폭탄 발언이 송송커플의 이혼에 묻혔다’ 등등이야. 1, 2위 영상을 봤는데 영상 질이 매우 낮았어. 할아버지 한 분이 촬영하셨고 배경은 다 합성이야. 화면 아래에는 후원계좌가 떠 있는 걸 보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콘텐츠를 보고 후원한다는 걸 깨달았어.

강냉이= 정치 가짜뉴스가 흥하는 이유는 극우 성향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허위 정보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로 현 정부를 비방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거야. 현실 정치에서 설 자리 없는 극우 정치 논객과 지지자들의 배출구인 셈이지.

판다=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폭력적인 영상도 있어. 온갖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걸로 유명한 것도 있어.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다가 도로 뱉는 등의 역겨운 영상도 많아.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어렵지. 특히 여성 혐오적 시선이 담긴 영상도 많은데 이런 것들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보니 성폭력이라 생각될 만큼의 영상들이 많았어. 조회수도 꽤 높고. 이런 영상도 신고해야만 삭제나 규제 대상이 돼. 영상을 보면 제작자의 인성이 나오는데도 그들이 오랫동안 방송하며 돈을 벌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야.

커피콩= 난 흥행 이유를 너무 잘 알 것 같은데? 선정적이잖아! 이게 설명이 안 되면 일베가 어떻게 존속됐는지 설명이 안돼. 자극적, 선정적, 어그로성 콘텐츠는 늘 클릭을 유도해. 다양성이란 이름하에 허용되는 콘텐츠의 바다에서 돈 버는 거지. 유튜브에서는 개인이 콘텐츠를 취사선택할 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영상이 계속 추천돼. 높은 영상 조회수를 보며 자기합리화도 가능해. 유튜브에 대해 말하려면 플랫폼 특성에서 오는 문제점과 규제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봐.
한국일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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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규제 논의,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할까?

핑거스냅= 운영 전반에 대한 제재가 어려운 점이 가장 문제인 것 같아. 유튜브코리아가 있다 해도 해외 기업이다 보니 국내 인식을 반영한 콘텐츠 규제를 만들기 어려워. 어린 친구들의 영상에 막말 댓글이 달리면서 우리나라에서 14세 미만 라이브, 댓글 금지 제도가 나왔지만 이것도 실효성에 의문이 들어. 내가 어릴 때 연령 제한이 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서 부모님 계정으로 들어갔었거든. 요즘 애들도 똑같지 않을까. 부모님 계정으로 방송하고, 얼굴이 보인다지만 계정 주인이 35세로 돼 있다 해서 어린이가 등장하자마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잖아.

강냉이= 실효성 없으니 하지 말자는 건 말이 안돼. 한 명이라도 보호를 받고, 효용을 얻을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봐. 가짜뉴스도 규제할 근거가 사실상 없잖아, 거짓말을 처벌하진 않으니. 그래도 명예훼손 등으로 규제해야 해. 중요한 건 이런 논의를 계속하고 보호막을 구축하려는 노력이야. 대형 포털의 댓글 규제정책 같은 걸 참고해도 좋아. 이용자 신고 수가 몇 회 이상 올라가면 유튜브를 운영할 수 없는 식으로. 아직 논의가 초반이라 그렇지 대형 포털의 댓글에도 처음에 신고 기능 없었는데 점차 생긴 거잖아.

두리안= 애들이 만화를 보고 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돼. 캐릭터만 만화지, 완전 성인용 콘텐츠인 경우도 있어. 사촌 동생들이 보는 영상에 엘사가 나오는데 겨울왕국이 아니라 그 내용은 폭력물인 거야. 엘사가 갑자기 사람을 때리는 게 말이 돼? 베트남에서는 ‘유튜브 키즈’도 없었던 터라 2년 전에 크게 문제가 됐었어.

커피콩= 유튜브에 대해서도 우리나라가 법 만들기에 따라 달라지는 게 있을 거야. 현 쟁점 중 하나가 ‘규제할 수 있는가’인데, 유튜브를 어떤 식으로 분류할지부터 논의해 보면 될 것 같아. 신문은 신문법으로 방송은 방송법으로 규제하는데 유튜브는 미디어 플랫폼 사업이다 보니 그러한 법망은 다 피해 갈 수밖에 없어. 유튜브가 미디어의 새로운 유형인 만큼 그에 맞는 규제가 필요해. 사용자를 보면 유튜브에 국경이 없는 만큼 유튜브 자체의 시스템 구축이나 대안 마련도 필요한 것 같아.

판다= 교육이 중요해. 지면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교육 이야기는 꼭 들어가야 한다고 봐. 가짜뉴스, 폭력적, 혐오적 영상 모두 하면 안 되는 걸 몰라서 생기는 일이야. 우리 어릴 때 신문 교육 시간이 있었잖아. NIE(Newspapers In Education) 교육이라고 신문을 오려 붙인 뒤에 그에 대해 토론도 했어. 이제는 YIE(Youtube In Education) 교육이 시작돼야 해.

강냉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이라도 필수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한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생산자로서 중요한 것도 가르치는 교육이야. 초등학교 가면 횡단보도 건너는 법부터 공공 화장실 사용법까지 하나하나 가르쳐 주잖아. 어린 아이들도 숨쉬듯 접하는 미디어인 유튜브에서 올바르게 소통하는 법 역시 기본 시민 예절로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IT강국 한국이라지만 기술 발전만큼 수반돼야 할 문화교육은 부족해. 코딩 조기 교육 전에 미디어 콘텐츠 수용자와 생산자로서의 윤리의식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됐으면 좋겠어.

※기성세대는 ‘나약한 세대’라 손가락질하지만 스스로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길을 가는 세대’라 부르며 뿌듯해 하죠.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 부모 세대가 경험하지 않은 앞날을 마주해 비장하면서도 유쾌한 이들. 우리가 어렴풋이 떠올리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ㆍ198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이미지가 아닐까요. 한국일보는 밀레니얼 세대가 지닌 잠재력, 그들이 미처 어필하지 못한 속내를 이해하고자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본보 인턴기자들의 방담(放談) ‘밀레니얼의 수다, 솔ㆍ까ㆍ말’을 연재(매주 화요일)합니다.

정리= 정영인 인턴기자

참여= 임태형, 정선아, 최한솔, 홍윤지, 화이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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