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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네" "야, 문 잠가"···경찰까지 출동한 국회 난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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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9일 서울 여의도 서강대교 '양보' 교통표지판 뒤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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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9시 30분, 국회 의원회관에 경찰이 출동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보좌관이 국회 입법조사관을 폭행했다는 112 신고를 받아서다.

사건의 발단은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수석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이 민주당 의원실에 법안 검토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러 간 자리에서 벌어졌다. 해당 의원실 보좌관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이즈예방법)에 차별금지와 진료거부금지 조항을 넣어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 최초의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에는 ‘찬성한다’고 돼 있었는데 법안 소위로 넘어가면서 내용이 180도 바뀌었다. 의원과 함께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이후 벌어진 일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해당 보좌관은 “전문위원 검토보고에 대해 왈가왈부하니까 갑질한다는 식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 수석전문위원이 갑자기 ‘건방지다’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의원이 단둘이 이야기하자고 의원실로 함께 들어갔다. 그런데 입법조사관이 본인도 들어가겠다고 해서 말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법조사관의 말은 다르다. 익명을 요청한 입법조사관은 의원실에서 자료 내용이 다르다며 직접 와서 설명하라고 요구했고 이날 배석한 보좌관이 “내가 국회 생활 십몇 년 차인데”라고 개입했다고 한다. 이에 수석전문위원이 화가 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의원이 저지하며 싸움이 붙었고, 이 과정에서 보좌관이 문을 잠그라고 외쳐 한동안 의원실에 갇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의원이 수석을 데리고 안쪽 방으로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하자 보좌관이 나를 밀쳐 넘어뜨렸다”고 말했다.

이에 보좌관은 “보좌진 생활 19년 차인데 수석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서 내용이 바뀐 걸 본 적 없다고 말했던 것”이라며 “입법조사관이 손대지 말라고 외쳐 바로 손을 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법조사관이 볼펜을 얼굴에 던져 맞았다고도 했다.

의원실에선 해당 의원과 수석전문위원이 30분 동안의 이야기 끝에 갈등을 풀고 서로 사과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회 관계자는 그러나 “의원실의 뜻에 맞지 않는 검토보고서가 나왔다고 해서 의원실로 부르는 등 행동을 보인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선 이번 충돌을 낳은 이면엔 의원들의 법안 발의 경쟁이 있다고 본다. 임기의 3년이 지났을 뿐인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824건으로 19대 전체 건수(1만7822 건)를 넘는다. 의원 발의 법안도 1만8919건으로 19대의 1만5444건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에 비해 법률로 반영된 건 4158건으로 19대 실적(5346건)을 밑돈다.

이런 상황에선 의원이나 의원 보좌진들이 스스로 충분한 법률 검토를 하기 어렵게 돼, 입법지원 인력인 수석전문위원이나 전문위원, 입법조사관들이 쓰는 검토보고서가 오히려 법안의 운명에 더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문위원이 ‘이 법은 바람직하다’고 하면 상임위에서 쑥 통과된다. 그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십중팔구 통과가 안 된다. 의원들이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너무 의지한다”는 한 보좌관의 토로도 있었다.

이번 112 출동 사건이 그저 해프닝이 아닌 이유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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