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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정은 벤츠 반입, 한·일업체도 관여…“북한 갈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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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국 경유해 평양 들어가

미 싱크탱크, 벤츠 2대 밀반입 추적

화물선, 자동식별장치 끈 채 항해

제재 감시망 피하려 여러곳 돈 듯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타는 ‘벤츠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 2대의 평양 밀반입에 중국계 일본인이 운영하는 일본 물류기업과 한국 업체가 등장했다. ‘김정은 벤츠’의 중간 운송 과정에 관여한 한국 업체 측은 17일 중앙일보에 “화물에 벤츠가 있었지만 북한으로 간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등 해외 방문 때 이 차량들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당 최소 50만 달러(약 5억9000만원)의 최고급 방탄 리무진이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고등국방연구센터(C4ADS)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의 ‘사치품 조달망’ 분석 보고서에는 벤츠 운송 과정에 일본 물류회사인 즈이쇼(瑞祥)물류와 미노(美濃)물류가 나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출발한 벤츠는 중국 다롄(大連)→일본 오사카(大阪)→부산→러시아 나홋카 등 4개 항을 경유해 최종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평양으로 향했다. 로테르담에서 첫 기착지인 다롄으로 벤츠를 옮긴 화주가 즈이쇼물류다.

이후 오사카로 반입해 부산으로 보낸 회사는 미노물류다. 그런데 보고서는 실제로 부산항에 벤츠를 운송한 업체는 미노물류의 한국 지사라고 추정했다.

“로테르담→다롄→오사카→부산→러시아…사라졌다 평양 등장”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벤츠 차량을 일본 오사카항에서 부산항으로 운송하는 데 관여했던 한국 업체가 공개한 송장. 오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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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서 한국 지사로 언급된 업체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미노물류는) 지분 관계가 없는 단순 협력사”라면서 “(오사카에 본사를 둔) 미노물류 대표와는 수년 전부터 업무상 알고 지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운송품에) 벤츠 2대가 있었던 건 기억이 난다”며 “중고차를 국내에 들여오는 줄만 알았지 북한으로 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노물류의 조 세이켄(徐正健) 대표는 일본에 귀화한 한족 출신 중국인”이라고 밝혔다.

조 세이켄 대표 역시 북한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지지통신과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으로 가는 승용차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다롄의 물류회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중국에 도착한 화물을 일본 내 수입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부산에 보내는 환송 신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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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ADS 보고서에 따르면 즈이쇼물류와 미노물류는 사실상 같은 회사일 가능성이 있다. 지지통신은 “즈이쇼물류의 법인 주소를 추적한 결과 미노물류 임원의 주소지(효고현 아마가사키시)와 같았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부산에서 나홋카로 벤츠를 보낸 화주 역시 즈이쇼물류로 봤다.

수차례 환적을 계속한 벤츠는 지난해 9월 30일 부산에서 토고 깃발을 단 화물선 DN5505호에 실려 나홋카로 향한다. 그런데 DN5505호는 부산항을 출항한 뒤 수상한 행적을 보인다.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끈 채 5일간 운항한 뒤에야 나홋카항에 도착했다.

이 배의 선주는 마셜제도에 등록된 도영 시핑(Do Young Shipping)으로 대북제재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불법 환적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업체다. DN5505호는 나홋카에 벤츠를 내린 뒤 석탄 2588t을 싣고 지난해 11월 포항에 입항했다가 한국 당국에 억류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나홋카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운반된 벤츠는 이후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 1월 31일 평양에서다. 보고서는 “평양 도로를 운행 중인 김정은 위원장의 벤츠가 (이날) 조선중앙TV 화면에 나왔다”며 “고려항공 소속 화물기를 통해 북한에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벤츠 이외에도 2015년부터 2년간 렉서스 등 일제차 256대를 포함해 총 803대의 차량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밀수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3월 연례보고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 정상회담 때 이용했던 차량은 ‘명백한 제재 위반’이라고 보고했다. 대북제재위는 싱가포르를 통해 북한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지만 북한은 안보상 이유를 들며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김상진·오원석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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