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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전세금 떼일라" 미성년자도 반환보증 가입...올 10만명 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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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가입 증가세 가장 가팔라

보증금 제때 못 받는 사고 현실로

사고 건수 1000건 초과할 전망

이용호 의원 “전국적 현상, 대책 필요”

중앙일보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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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수원시에서 원룸 26채(약 800가구)를 운영하던 임대 사업자 A씨가 파산했다. 세입자 800명은 전·월세 보증금(각각 5000만~1억4000만원)을 떼일 위기에 처했다. 일부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셋값 약세 등으로 전세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커지면서 반환보증 상품 가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사상 첫 미성년자 가입자가 탄생했고, 올해 총 가입자 수는 10만 명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HUG의 연간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자 수가 2015년 3941건, 2016년 2만4460건, 2017년 4만3918건, 지난해 8만9351건, 올해(상반기) 7만3381건을 기록했다.

최근 정부가 “전세금 반환보증 특례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상품 가입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올해 총 가입자 수가 10만 명을 웃돌 전망이다. 이달 말부터 1년 동안 전국의 모든 전세 가구는 전세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까지 전세금 반환 보증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기존에는 계약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나면 가입할 수 없었다.

올해 상반기 보증 가입 7만3381건을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가 4만550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다세대주택(1만2452건), 오피스텔(7459건)이 따랐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경기(2만6028건), 서울(2만874건), 인천(8747건) 등 수도권이 75%를 넘는다.

연령별로는 30대(2만9543건), 40대(1만7990건), 20대(1만1607건) 순이었다. 20대는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대 가입자 수는 2017년 1529건, 지난해 6496건, 올해(상반기) 1만1607건을 나타냈다.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10대 가입자가 탄생하기도 했다. 16세 B군은 지난 3월 전세보증금 4억원에 서울 마포구 한 다세대주택을 얻었다. 어떤 배경으로 미성년자가 전셋집을 얻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용호 의원실은 “젊은 층은 재정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 요소들을 감당하지 못해왔는데,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가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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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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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을 떼일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HUG에 접수된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했다’는 신고 건수는 2015년 처음으로 1건 발생한 이후 2016년 27건, 2017년 33건, 지난해 372건, 올해(상반기) 617건을 나타냈다. 올해 전체 수치는 1000건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력한 집값 안정화 정책에 따라 전반적인 집값·전셋값 동반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거래량이 ‘절벽’ 수준으로 급감했기 때문이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올 상반기 사고 617건을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아파트가 49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음은 다세대주택(74건), 오피스텔(23건)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219건), 30대(207건), 50대(140건)가 주축이었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경기(271건), 인천(120건), 서울(75건)이 압도적이었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선 경기 고양시(75건), 인천 연수구(38건), 경기 화성시(32건) 순이었다. 고양시의 경우 올해 입주 물량이 대폭 증가하고 전셋값 하락 폭이 ‘전국 톱5’ 수준으로 큰 데 따른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김은진 부동산114 기획관리본부 리서치팀장)

이들 지역은 전년과 비교하면 1.5~2.7배의 사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용호 의원은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가 일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걸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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