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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IF] X선 망원경 발사한 러시아… 우주강국 부활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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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6시 30분(현지 시각)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프로톤M 우주로켓이 발사됐다. 이날 로켓은 X선 우주망원경 '스펙트르RG'를 우주로 보냈다. 과학자들은 이 망원경으로 우주의 팽창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이유를 찾을 계획이다.

구소련의 붕괴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러시아 우주과학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나섰다. 스펙트르RG 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개발된 X선 우주망원경보다 더 넓은 우주를 탐색할 수 있다. 이번 우주망원경 발사를 계기로 러시아가 우주과학 연구에 이어 달과 화성 탐사까지 새로운 우주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팽창 빨라지는 원인 찾아 나서

스펙트르RG는 '스펙트럼, 뢴트겐, 감마'를 의미한다. 뢴트겐은 X선을 발견한 과학자이다. 이름 그대로 우주에서 X선의 변화를 추적해 우주 진화를 규명하는 망원경이다. 전체 무게는 2.7t에 이른다. 안에는 두 개의 원통형 망원경이 달려 있다. 큰 쪽은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가 개발한 이로시타(eROSITA) 망원경이고, 작은 쪽은 러시아 우주연구원이 만든 ART-XC 망원경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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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르RG는 발사 후 로켓과 분리돼 3개월 동안 임무 궤도인 라그랑주점2(L2) 궤도까지 비행한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이곳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외부 영향을 받지 않고 먼 우주를 관측하기에 최적인 장소이다. 망원경은 이곳에서 지구와 태양을 등지고 6개월에 한 번씩 반지름 40만㎞의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한다.

스펙트르RG 우주망원경 계획은 원래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소련의 개방 정책으로 러시아 과학자들은 처음으로 서방 연구기관들과 함께 6t 규모의 X선 우주망원경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구소련의 붕괴로 무산됐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미르 우주정거장 유지와 새로 건설되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참여하는 데에도 힘이 부쳤다.

스펙트르RG는 2000년대 초반 우주론 연구의 성과에 힘입어 다시 부활했다. 1990년대에 우주 팽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주를 밀어붙이고 있는 미지의 에너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로 암흑에너지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5%에 불과하고 70%는 암흑에너지라고 본다. 나머지 25%는 빛을 내지 않으면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암흑물질로 불린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있는 곳으로 은하들이 밀집한 은하단과 은하의 한가운데에 있는 블랙홀이 지목됐다. 이곳을 관측하려면 X선을 감지해야 한다. 은하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엄청난 열이 나오고 이에 따라 X선이 방출된다. 블랙홀에서도 물질들이 엄청난 속도로 빨려 들어가면서 X선을 방출한다.

러시아 우주과학 부활의 신호탄

X선 관측용 우주망원경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970년 발사한 우후루가 시초다. 앞서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과학자 리카르도 자코니가 1962년 태양계 밖에서 처음으로 X선을 방출하는 천체를 관측하면서 X선 천문학 시대를 열었다. 그는 이 공로로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구소련은 1989년부터 그라나트 X선 망원경을 운영했다. 최근에는 독일과 미국이 1990년 로사트 X선 망원경을 발사했다. 지금까지 망원경들은 X선을 내는 천체를 최대 15만 개까지 탐지할 수 있었다. 스펙트르RG는 그 숫자를 300만 개까지 늘릴 수 있다.

과학계는 "스펙트르RG는 소련 붕괴 이후 가장 중요한 우주 프로젝트"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러시아 우주과학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러시아 우주망원경은 2011년 발사한 전파 망원경 스펙트르R이 유일했다. 이마저 올 초 고장이 나면서 지난 5월 임무가 종료됐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스펙트르RG에 이어 2025년 자외선 관측 우주망원경인 스펙트르UF를 발사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달 탐사 경쟁에도 새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구소련은 1976년 무인(無人) 달 탐사선 루나 24를 끝으로 달 탐사에서 손을 뗐다. 러시아는 2021년 루나 25 착륙선을 다시 달에 보내기로 했다. 내년 유럽의 엑소마스 탐사로봇을 화성에 내려 보낼 착륙 시스템도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다. 과거 미국과 소련 간 체제 경쟁으로 진행되던 우주탐사가 이제는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과학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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