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하와이 망원경 공사막는 몸싸움 노인 30명 경찰에 체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원주민 시위대, 쇠사슬로 몸 묶고 도로차단

울면서 "하와이 알로하"합창

뉴시스

【호놀룰루( 하와이)=AP/뉴시스】마우나 케아 정상에 설치될 30미터 망원경의 투시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차미례 기자 =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마우나 케아 산정에 건설예정이던 직경 30m의 거대 망원경 설치공사가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마침내 대법원의 공사재개 판결로 15일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원주민들이 도로 봉쇄 등 여전히 항의시위에 나서면서 17일(현지시간)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주당국은 하와이에서 가장 높은 이 산정에 이르는 모든 돌의 통행을 15일부터 차단하고 장비들을 운반할 계획이었지만 하지 못했다. 원주민 성지인 산위에 건설하는 세계 최대 천체망원경의 허가를 내준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였던 원주민들은 수 백명씩 도로봉쇄와 공사차 진입을 막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휠체어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령의 원주민 대표 30명을 현장에서 체포했고, 시위대는 경찰이 이들을 체포할 때 순순히 길을 터주고 울면서 "하와이 알로하"를 합창했다고 시위대의 리더인 케알로하 피시오타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녀는 "우리들의 쿠푸나(kupuna. 조상, 원로를 부르는 호칭)까지 잡혀갔다"며 눈물을 흘렸다. 보행보조기와 지팡이를 짚은 원로들은 경찰에 잡힌 채 걸어갔고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의자와 함께 경찰 밴에 실려갔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두 손을 지퍼 밴드에 묶인 채 연행되었다.

원주민 대표들은 그 동안 망원경 건설허가를 인정한 2심 판결과 건설허가를 내준 주 토지국 결정에 대해 불복하고 재판을 진행해왔다. 이 망원경 건설은 2015년 최초로 건설계획이 발표된 이래 가장 찬반이 격돌한 이슈였으며, 첫 공판에서는 허가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단계를 밟으라는 명령이 나왔었다.

뉴시스

【호놀룰루( 하와이)=AP/뉴시스】 하와이 원주민의 성지 마우나 케아 산정에 설치될 30미터망원경의 공사가 시작되는 15일 원주민 활동가 월터 리트(왼쪽)을 비롯한 노령의 시위대가 가축용 강철 우리로 도로를 막고 몸을 묶은 채 차량진입을 봉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사를 재개하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반대자들은 투쟁의 계속을 공언했고 이 날 공사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가축 우리용 강철 울타리를 도로에 쌓고 거기에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경찰진압에 항거했다.

하와이 주 정부의 댄 마이센잘 대변인은 시위대 체포사실을 인정했지만 몇 명이나 체포되었는지, 어떤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는 당장 알수 없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경찰은 일부 노령자들을 석방하려 했지만 모두 이를 거부하고 옥중 농성을 하고 있다고 피시오타는 전했다.

15일 당국이 14억달러를 들여 30미터 망원경을 설치하는 공사재개를 위해 마우나 케아 산정에 이르는 도로를 봉쇄하자마자 몰려든 수 천명의 원주민 시위대는 도로의 차량 진입을 막고 항쟁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16일부터는 기존의 천체 망원경 13개를 사용하는 천체관측과 천문학자들의 작업까지 모두 중단되었다.

마우나 케아 산정은 1년중 날씨가 맑고 야간 조명 오염과 대기 오염이 가장 없는 장소여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 십명의 천문학자들이 연구활동을 해왔지만 이 날은 천체 관측이나 자료 수집이 불가능했다.

기존 천체망원경 가운데 하나를 보유한 동아시아천문대 부소장 제시카 뎀시는 "천문학자들의 관측은 사태가 진정되고 신변안전이 보장된 다음에야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항에 나선 원주민들은 16일 주 당국에게 자신들의 차량 한대가 매일 산정까지 와서 전통적 종교 의식을 행할 수 있게 허락해 준다면 천문학자들과 망원경 설치 기술자들의 진입을 허용하겠다며 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직 아무런 합의도 이뤄진 것은 없다.

시위 주도자인 카호아카이 카누하는 기자들에게 망원경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하와이 원주민의 생존문제이며, 전멸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저항하지 않는다면 이 곳에서 원주민의 존재는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의 다른 사람들도 마우나 케아에 30미터 망원경이 들어선다고 해서 신성함이 사라지는 건 알고 있으며 대부분의 종교의식은 정상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이뤄지지만, "눈에 안보이면 결국 사라지게 될까봐"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주 당국에서는 이 망원경 설치 후 매년 100만달러를 제공해서 과학기술, 공학, 수학교육을 강화하고 현지 학생들의 과학인력화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져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그래도 산정상의 대형 망원경은 안된다는 반대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원주민들은 지난 주에 다시 법원에 공사 재개를 위해서는 공사비에 맞먹는 안전기금을 위탁해야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담당 변호사조차도 "소송으로 망원경 설치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지연 작전의 효과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30미터 망원경의 설치를 주도한 회사는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의 여러 대학과 중국, 인도, 일본이 참가한 집단으로 구성되어있다.

cmr@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