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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받아들자는 건데 잘못인가요?” 반한 넘은 맹목적 비난 ‘슬프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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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오쿠보에서 반한 집회가 열리자 한일 우호를 강조한 시민단체가 '친하게 지내자'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일본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반한 감정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후 냉각된 한일 관계가 민간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일며 반일 감정이 고조되자 일본에서도 반한(反韓)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전 반한 감정은 일부 극우 성향인 이들에 한정했다면 지금은 일반 시민들도 나쁜 분위기에 휩쓸려 불필요한게 감정을 낭비하는 모양새다. 특히 극우 성향을 보이는 일부는 심한 욕설을 내뱉거나 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아 일본 언론들조차 문제라고 지적한다.

◆“좋은 건 받아들자는 건데 잘못인가?”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 졸업 후 현재 배우로 활동하는 사마자키 하루카는 최근 한국을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소셜 미디어(SNS)에 올렸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가 올린 글은 한국 사람들은 대중교통에서 노인이나 임신부를 배려해 자리를 양보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할아버지가 어린아이에게 자리를 내주며 배려하는데 노약자석에는 젊은 직장인이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다”고 언급하며 “한국의 젊은 세대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아 노약자석은 텅텅 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신부가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건 슬픈 현실”이라며 “조금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돼 상대에 대한 배려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이 전해진 후 사마자키의 SNS에는 그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한 일본 누리꾼은 “그렇게 좋으면 한국에 가서 살아라”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반한 감정이 고조된 가운데 이런 글을 올리면 고조된 (반한) 분위기를 가라앉게 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심한 욕설과 맹목적인 비방이 이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일본에서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비하하는 글 등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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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사마자키 하루카는 최근 한국을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소셜 미디어(SNS)에 올렸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도 넘은 비난이 이어지자 "일본인으로서 슬프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사진=SNS 캡처


◆반한 넘은 맹목적 비난 ‘슬프다’

논란이 커지자 사마자키는 게재한 글을 지우며 “일본인으로서 슬프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 글로 “나를 욕하는 건 상관없지만 ‘다른 나라 사람(한국 사람)’이 기분 나빠할 않을 댓글이 많아 일본인으로 슬프다”고 했다.

소식을 전한 일본 매체는 “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양보하자. 한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자는 지극히 당연한 의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비난만 하는 사람들의 존재는 매우 슬픈 일”이라며 “‘배외주의(외국 사람이나 외국 문화, 물건, 사상 따위를 배척하는 주의)’에 물든 편협한 사회의 풍조는 사마자키의 말처럼 ‘일본인으로서 슬픈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마자키의 소신 발언이나 한류를 언급한 일본 연예인들이 비난 여론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일 일본 후지TV ‘와이드한 쇼’에 출연한 모델 겸 배우 시라모토 아야나(고교생)는 일본 10대를 강타한 한류를 두고 “일본 여고생들은 지금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현상을 설명했는데 방송이 끝난 뒤 그의 SNS에 심한 욕설과 비방이 쇄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매체는 “일본에서 한국 음식을 비롯한 패션, 화장품, 음악,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10~20대 젊은 여성들에게 그 영향력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잡지를 보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코너가 반드시 있을 정도”라며 “한국에 빠진 독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연예인이 방송이나 신문에서 친숙한 한국 문화를 얘기하면 온 국민으로부터 비판받는 현상이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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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활동하는 시라모토 아야나도 일본 여고생들의 한국 문화 사랑을 방송에서 언급했다가 비난에 휩싸였다. 사진=후지TV 방송화면 캡처


◆일본은 지금 “과할 정도로 한국 싫어하는 증오 엿보여”

이같은 분위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17년 일본 아이돌 그룹 노기자카46의 멤버였던 이코 마리나가 블로그에 ‘KPOP에 매료됐다’는 글을 올려 비판을 받고 사과하는가 하면, 공영 방송인 NHK가 한국 문화를 특집으로 다뤄 논란과 함께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매체는 “최근 일부에서 과할 정도로 한국을 싫어하는 증오가 엿보인다”며 “사마자키는 한국으로부터 본받을 만한 것을 보고 칭찬했지만 단순히 ‘한국을 칭찬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인터넷에는 응어리지고 도리에 어긋난 증오가 난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 감정에 휩싸인 비난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비난은 악화한 감정을 더 악화한다. 정치적인 문제로 좋은 것을 놓치는 건 큰 손해”라고 덧붙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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