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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탈북자 만난 트럼프 “北에 종교 자유 문제 제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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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종교탄압 받은 주일룡씨 만나 대화

"당신이 하는 이야기 정확히 이해한다" 관심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탈북자 주일룡(가운데)씨의 얘기를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씨 등 전세계 각지에서 종교 탄압을 당했던 이들을 초청해 만났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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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종교 자유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17일(현지시간) 전 세계 각지의 종교 탄압 피해자들을 초청해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미얀마, 쿠바, 티베트,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가에서 종교적 믿음을 이유로 탄압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참석했고, 여기엔 북한 출신 주일룡씨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한명 한명에게 모두 이야기할 기회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를 위해 출발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헬리콥터가 이미 도착했느냐”고 보좌관에게 물었고 “아직 안 왔다”고 하자 “그래? 그럼 더 이야기를 해보라”며 종교 탄압 피해자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주씨는 자신에게 발언 기회가 오자 자신의 친척들이 처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주씨는 영어로 “내 고모의 가족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 새벽에 갑자기 끌려갔다. 고모의 시아버지가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내 조카는 전 가족이 처형당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범 수용소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주씨는 “위치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주씨는 “하지만 이런 박해에도 불구하고 북한 시민들은 계속해서 기독교를 믿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하에 있는 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불과 몇 주 전에도 세 명이 모여서 한국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받았다. 이런 일들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씨의 이야기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 문제들을 제기하겠다(I’ll bring them up)”고 말했다. 주씨가 그렇게 해달라는 취지로 답하자 “지금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내가 그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반복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주 씨는 2008년 탈북해 다음 해 국내에 입국했다. 탈북자 국내 적응시설인 하나원을 거쳐 2016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북한 인권 변호사를 꿈꾸면서다. 주씨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 사회에 알리기 위해 2017년 9월 미국에서 순회공연한 창작연극 ‘우리는 행복합니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장마당에서 구걸해서 먹고사는 꽃제비를 소재로 한 연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북ㆍ미 간에는 다양한 수준에서 북ㆍ미 간 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있지만, 북한이 종교 자유를 비롯한 인권 문제에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채널을 통한 공식적이고 적극적인 문제 제기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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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종교 탄압 피해자들을 초청해 만났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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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이번 초청은 최근 미 국무부가 개최한 ‘2차 종교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 회의’ 등 관련 행사를 계기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누구든 자신의 신앙을 실천할 자유를 갖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가 위기에 처하는 것이며, 솔직히 자유란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어떤 미국의 대통령도 나만큼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적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vital)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지혜·백민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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