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노후 전기시설,불 잘 타는 자재...한옥이 위험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5월 28일 전북 전주시의 문화재 소방합동훈련이 실시된 가운데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에서 관계자들이 실전과 같은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한옥을 개조한 식당과 카페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옥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일 충남 공주시 공주한옥마을의 한 음식점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식용유를 이용해 조리하던 중 불이 났고 벽을 타고 옮겨붙었다. 출동한 소방대원이 20분 만에 진화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공주소방서 관계자는 “목조건물이다 보니 불이 나면 크게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주소방서는 지난 16일 한옥마을 내 식당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했다. 지난달 25일에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한옥 식당에서 불이나 직원 5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 이송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한옥건물에서 19건의 불이 났다. 올해 1~6월에 벌써 1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1월 충북 영동에서 한옥 주택이 전소하면서 총 2억9000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화재였다.

지난 4월 대구광역시 서구 내당동의 한 한옥 주택에서 불이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30여분 만에 진화했지만 홀로 살고 있던 A씨(84·여)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집도 다 탔다.

중앙일보

지난 10일 충청도 공주시에 위치한 공주한옥마을 내 한 음식점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공주소방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옥은 화재에 특히 취약하다. 거의 모든 한옥이 건축한지 오래 됐고, 전기시설이 노후화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7~2016년 대표적인 한옥촌인 북촌에서 화재 25건이 발생했는데, 이 중 전기 시설에서 불이 난 게 9건이다. 한옥은 과거의 노후 배선을 그대로 사용해 현행 안전규격에 부적합한 경우가 많으며 두꺼비집(세대분전반)이나 접지 장치가 불량한 경우도 많다.

신축 한옥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옥을 목재로 짓기 때문에 불이 잘 번진다. 소방청 관계자는 “한옥은 구조상 나무 사이 틈이 있어 불을 빨리 발견하지 않으면 틈새로 번져 건물 전체를 해체해야 한다”며 “겉에 물을 뿌려도 목재 속 불은 꺼지지 않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지역은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되면 연 1회 소방특별조사·소방훈련·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전국 목조건물밀집 지역 중 화재경계지구는 20곳이다.

한옥 735채가 모여있는 국내 최대규모 한옥주거지인 전주한옥마을도 2014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지상과 지하·급수탑·비상소화장치 등 총 62곳에 소방용수를 설치됐다. 전체 한옥 세대에는 소화기 등 기초 소방시설이 보급됐고, 화재·지진 등에 대비한 풍재보험에도 대부분 가입돼 있다는 게 전주시 설명이다. 소방 당국은 전주시와 주민, 의용소방대 등과 합동으로 매달 한 차례 소방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도심 한옥이 많은 서울시는 전체 한옥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노후전기배선 교체공사 현장 점검을 마치고 8월 교체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한옥 노후전기배선을 교체해왔다. 지난해에는 총 9동을 교체했으며 올해는 8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한옥은 총 11000여 채다.

소방청 관계자는 “고층건물과 달리 단층인 한옥은 대피가 쉬워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화재경보기를 방마다 달아 조기 발견하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식당의 경우에는 식용유 과열 등 화재에 사용되는 주방화재용 소화기(K급소화기)를 배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전주=김준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