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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문 대통령·황교안 ‘90초 독대’…소주성 놓고는 ‘야·야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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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보다 한 시간 넘겨…문 대통령, 단독회담 요구 배려한 듯

“소주성 부작용” 심상정 “노동대책 마련”…최저임금 공방도

경향신문

회동 마치고 창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청와대 회동 이후 따로 만나 본관 복도 창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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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18일 청와대 회동은 사전 예고된 시간을 한 시간 넘겨 세 시간 동안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열린 네 차례 영수회담 중 가장 긴 시간이었다.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은 만큼 일본 무역보복은 물론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등 쟁점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여야 5당 대표들은 회담 시작 시각인 오후 4시가 다가오면서 사전 차담회가 마련된 청와대 본관 충무전실로 속속 들어섰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5당 대표들을 맞이했고, 강기정 정무수석은 안내 역할을 했다. 5당 대표들은 비서실장과 대변인 한 명씩을 대동했다.

15분가량 이어진 차담회에선 주로 가벼운 인사만 오갔다. 특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로 청와대를 출입한 당시가 떠오른 듯 여유롭게 분위기를 주도했다. 황 대표는 통화하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보며 “전화통화가 가능한가 보죠? 전에는 안됐던 것 같은데”라고 했고, 충무전실 밖을 가리키며 “국무회의를 저 끝에서 했었는데…”라고도 했다.

또 황 대표는 정 대표에게 “생신이시라고 들었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고, 최근 선출된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겐 “세번째 대표 축하드립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생일까지 기억하시고, 평화당만 챙기시나요”라며 “두번째입니다”라고 정정했다. 황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도 “가끔 들어오시나요?”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네, 당정 회의할 때”라고 짧게 답했다. 정 대표는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힘드실 텐데 회춘하셨어”라고 덕담했고, 정 실장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4시 충무전실로 들어와 5당 대표들과 악수한 뒤 회담 장소인 인왕실로 함께 움직였다. 회담 장소엔 차담회 참석자에 더해 고민정 대변인 등 청와대 참모진도 배석했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정말 함께 둘러앉으니 참 좋다. 정치가 국민들께 걱정을 많이 드렸는데 지금 경제가 엄중하고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서 여야 대표님들을 모시고 대책을 논의하는 이런 시간을 갖게 돼서 아주 무척 다행스럽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회담이 시작됐다.

회담에선 다양한 의제가 거론됐다. 특히 보수야당 대표들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협공을 펴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황 대표는 “현장에서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많은 부작용을 우려한다.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경제 관련해선 대통령이 철학을 바꿔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반면 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률 조절,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등을 언급하며 “노동존중 사회를 약속한 대통령이 노동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이 밖에도 여야 방북단 편성(이 대표), 탈원전·4대강 보 해체 반대(황 대표), 범국가적 개헌특위 설치(손 대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정 대표), 선거제 개편(심 대표) 등 대표들은 각 당의 중점 의제들을 쏟아냈다. 손·정 대표는 영수회담 정례화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쪽지에 발언을 적으며 경청했다.

특히 문 대통령과 황 대표의 ‘1분30초 독대’가 관심을 끌었다. 오후 6시59분 회담이 끝날 무렵 다른 대표들이 자리를 뜬 와중에 두 사람이 창가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문 대통령이 5당 대표 회담 형식을 두고 ‘추가 단독회담’을 요구해왔던 황 대표를 특별히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회동 후 국회 브리핑에서 “그냥 둘이 잠깐 나눈 이야기로 이해해달라”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저녁 시간을 비워놨으니, 같이 저녁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자”고 5당 대표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황 대표가 “일정이 있어서 함께 못하겠다. 다음에 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선후배 사이이자 전·현직 청와대 대변인인 고 대변인과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최근 설전을 벌인 후 첫 대면이 불발된 점도 회자됐다. 민 대변인 대신 전희경 대변인이 황 대표와 대동하면서다. 앞서 민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당시 일부 행사에 불참한 것을 두고 “오사카 문재인 행방불명 사건”이라고 비난했고, 고 대변인은 “부디 상식선에서 비판해달라”고 반박했다.

허남설·조형국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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