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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콜로라도 대마 합법화 5년···"상비약처럼 침대맡에 대마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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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의 한 대마 재배 농장에서 작업자가 대마를 관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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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캐나다가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처음으로 대마(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이후 전 세계에서 대마 허용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이웃나라 미국에선 지난달 일리노이주(州)가 11번째로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하는 등 빠른 속도로 ‘대마 프리존’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34개 주에서 의료용·기호용 대마 합법화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북미에서 대마 허용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아동과 청소년이 대마에 쉽게 노출될 수 있고, 대마 중독 문제 역시 해결이 어렵다는 주장들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기호용 대마 재배와 유통, 판매를 허용한 콜로라도주 사례를 들여다봤다. 2014년 1월 합법화 이후 5년간 그곳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대마 애용 주민, 전미 평균 2배

NYT에 따르면 콜로라도 주도 덴버 시내에는 마리화나를 취급하는 디스펜서리(dispensary)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이 오가는 통학로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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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북부의 한 디스펜서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말린 마리화나 가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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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펜서리에선 각종 기호용 마리화나를 판매한다. 과거엔 담배처럼 말아 필 수 있는 봉지에 든 건조 대마가 주를 이뤘다. 최근 들어선 환각 성분을 농축해 만든 전자담배용 대마 추출액인 마리화나 왁스(Marijuana wax)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 젤리나 과자 형태로 만든 대마 식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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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성분이 든 브라우니와 젤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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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스스럼없이 대마에 손을 댄다.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고 싶어 대마 젤리를 상비용으로 침대맡에 둔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콜로라도 주민의 대마 애용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신문은 “대마를 사용하는 주민은 전미 평균의 거의 2배에 이른다”며 “합법화 이후 성인 이용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화나 피는 영상 ‘스냅챗’ 공유

물론 청소년은 대마 소지 자체가 위법이다. 하지만 지역 분위기 탓인지 대마 입수는 그리 어렵지 않다. 고등학생들이 교사들의 눈을 피해 학교에서 마리화나를 피는 모습을 서로 찍어주거나, 이런 사진이나 동영상을 ‘스냅챗’ 메신저로 공유하기도 한다. ‘단명 메신저’로 불리는 스냅챗은 수신자가 내용을 확인하면 곧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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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 시내의 한 실내 마리화나 농장.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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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의사와 교육자들, 주 당국자들이 합법화에 앞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청소년에 대한 영향이었다”며 “10대들이 대마가 무해하다고 믿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마리화나 흡연율이 급상승하거나 (대마 부작용으로) 학교 중퇴자가 속출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놓고 고민했다”고 보도했다.

5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통계만 봐선 큰 차이를 못 느낀다. 콜로라도주 통계에 따르면 10대의 대마 사용률은 2009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전면 허용 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호기심 차원이 아닌 상습 이용자는 2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마 문제를 걱정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대마 사용이 여전히 불법인 인근 주로 이주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사망 사례 없지만, 중독성 심각

대마 합법화 논쟁의 핵심은 장기 사용 시 건강 문제다. 응급의료 및 독물학 전문가인 콜로라도대 병원의 앤드류 몬테는 NYT에 “병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합법화 이후 대마 사용으로 응급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가 확실히 늘었다”며 “대마를 남용해 구토가 멈추지 않는 사람, 대마 식품을 먹고 실려 온 어린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마를 과다 사용하면 시·공간은 물론 사회적 의식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소재식 장애, 환각·탈수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대마로 사망한 사례는 최근 조사에서 확인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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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건주의 한 디스펜서리에서 '의료용' 마리화나를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선 기호용 마리화나는 팔지 않는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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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환자를 지켜봐 온 몬테는 “콜로라도에도 안전하게 대마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중 상당수는 중증 환자들이다. 유방암으로 양쪽 가슴을 모두 절제하고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여성은 “(항암 치료 부작용인) 구토와 아픔을 완화하는데 대마가 도움이 된다”고 신문에 말했다. 참전 후유증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고 있는 퇴역 군인들에게도 대마는 효과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중독이다. 2014년 다발성경화증을 앓기 시작하면서 대마에 손댄 스테파니 앙겔은 “처음에는 마리화나를 피다가 (환각 성분 함량이 높은) 마리화나 왁스로 갈아탔다”며 “아침,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대마에 의존하게 됐다”고 NYT에 토로했다. 현재 앙겔은 심각한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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