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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천만 행진의 그늘]②갈수록 심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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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올 상반기 천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어벤져스:엔드게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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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영화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각하다.

상업영화는 ‘극한직업’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으로 올 상반기에만 네 편의 천만영화를 탄생시키며 호황인 반면에 독립·예술영화는 매년 관객 수 감소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올해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100만명을 넘기며 오랜만에 ‘아트버스터’(아트+블록버스터)를 배출했지만 독립·예술영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한국영화산업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646편의 영화가 개봉하고 2억1638만명의 관객이 영화를 봤다. 독립·예술영화 개봉편수는 496편,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는 858만명으로 조사됐다. 개봉편수는 전년(2017년)과 비슷한 수준이나 관객 수는 12% 가량 줄었다. 연간 총 관객 수는 지난 5년간 2억1000만명에서 정체지만 독립·예술영화의 총 관객 수는 2014년 1428만명, 2015년 831만명, 2016년 814만명, 2017년 978만명, 2018년 858만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 극장을 비롯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지난해 10~25%의 실적 하락을 겪었다”며 “독립영화는 스크린 독과점 등 불공정 행위와 넷플릭스 등 플랫폼의 대변화로 시장 자체가 몰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예산 상업영화 중심의 불공정한 영화업계 생태계와 IPTV·OTT 등 플랫폼의 다변화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스크린 독과점은 불공정 행위의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1위 영화의 일별 상영점유율이 평균적으로 전체 상영횟수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영화의 상영점유율이 50%를 넘어서는 독점 현상도 보였다. 올해 첫 천만영화 ‘극한직업’은 상영점유율 50% 이상인 일수가 5일로 최고 상영점유율이 54.7%였다.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상영점유율 50% 이상인 일수가 무려 15일에 최고 상영점유율이 80.9%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교차상영(한 개의 상영관에 복수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좋은 시간대를 스크린을 배정받지 못하게 해 독립·예술영화독립의 설 자리를 더욱 좁히고 있다.

플랫폼의 다변화도 양극화 현상의 요인으로 꼽는다. IPTV·OTT 콘텐츠는 인터넷 가능한 모바일만 있으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 한 계정으로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어 ‘가성비’ 측면에서도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다가가고 있다. 독립·예술영화의 미래 고객 확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IPTV나 OTT 등의 플랫폼이 독립·예술영화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기대를 하지만, 극장에서 외면 받는 작품이 극장 외의 시장에서 주목받기란 쉽지 않다. 또 다른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관계자는 “전용관 확대도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용관 확대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크린상한제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규제와 함께 선진국처럼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서 예술 작품 감상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게 하는 장기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변칙개봉도 독립·예술영화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앞서 국내외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의 영화들이 대규모 유료 시사회로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서 지난 2일 개봉한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은 화요일, 사실상 월요일 자정 개봉으로 영화계의 지탄을 받았다. 개봉 요일이 하루씩 앞당겨지면서 체급 작은 영화들이 최소한의 상영 일정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은 “문화는 산업 논리와 예술적 가치가 공존할 때 더 번창할 수 있다”며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만으로는 어렵고, 극장은 보다 다양한 영화를 걸고 관객은 보다 다양한 영화를 보는 등 각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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