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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폴로 11호가 달에 남기고 온 것, 가져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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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달 착륙 50주년

성조기, 지진계, 레이저반사경 등 남겨

73개국 지도자 메시지 담은 디스크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는

“평화·번영 구현…정의·자유·통합 실현”

우주선 가볍게 하려 배변 봉투도 버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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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폐허.”

1969년 7월21일 달에 발을 내디딘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은 달의 첫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시청률(미국 기준)은 무려 94%였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 소속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 머물렀던 21.5시간 가운데 우주선 밖에서 월면 활동을 한 시간은 2시간 반에 불과했다. 이들은 이 짧은 시간 동안 미국 성조기를 꽂는 것에서부터 각종 과학장비를 배치하고, 달 표본을 수집하는 것에 이르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배치한 장비는 태양열로 작동하는 지진측정계와 지구와 달 사이 거리를 측정하는 레이저 반사경이다. 이 가운데 지진계는 1969년 8월25일 업링크(지구→달)가, 12월14일 다운링크(달→지구)가 끊어지면서 용도를 다했다. 그러나 레이저반사경은 아직도 작동중이다.

달을 떠나면서 우주비행사들은 이들 과학장비와 함께 몇가지 기념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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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달에 두고온 착륙선 계단 하단에 묶어둔 50센트 동전 크기의 회색 실리콘 디스크다. 이 디스크엔 전 세계 73개국 지도자와 미국 전·현직 대통령(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닉슨)의 메시지, 미 의회 지도부와 나사 관련 상·하원 4개 위원회 위원 및 나사 전·현직 국장 명단이 아주 작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

달에 메시지를 보낸 73개국 지도자 중엔 당시 한국 대통령 박정희도 포함돼 있다. 박정희 대통령 이름으로 달에 남겨진 메시지 내용은 이렇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은 인류의 꿈을 실현하고 인류 역사의 새 장을 여는 온 인류의 훌륭한 업적입니다. 이 위대한 성취는 더 나은 문명을 향한 인류의 중단없는 노력의 결과입니다. 이제 더 먼 우주에 닿으려는 인류 모험의 실현이 단지 몇 걸음 남았습니다.

이 역사적 시점에 우리는 이 지구에서 모든 인류가 영원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보다 나은 세계의 구현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엄숙히 서약하는 바입니다. 변치 않는 우아함의 상징이자 인간의 참된 마음의 거울인 달에 인간 최초로 착륙하는 것을, 정의와 자유와 통합이라는 문명의 이상을 실현하도록 일깨워줄 것이라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기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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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은 이와 함께 1967년 1월 시험 도중 화재 사고로 숨진 아폴로 1호 우주비행사 3인을 기리는 명판, 이글호 기념 명판도 달에 남겼다. 이글호 명판에는 세 우주비행사와 닉슨 대통령의 이름과 함께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여기 지구 행성에서 온 사람들이 처음으로 달에 발자국을 남기다. 1969년 7월 우리는 모든 인류를 위해 평화로이 왔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남긴 것 중엔 자신들의 배설물 봉투도 있다.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선 가능한 한 우주선 무게를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아폴로 11~17호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버린 배설물 봉투는 무려 96개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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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왜 주춤주춤했나”…암스트롱 “푹 빠질 것 같았다”

달에 남긴 것에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우주비행사들의 발자국도 있다. 중력이 약한 달에는 대기가 사실상 없다. 발자국을 덮어버릴 바람이 불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이 남긴 발자국은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성조기는 아폴로 상승 모듈이 이륙할 때 로켓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출가스의 영향으로 멀리 날아갔다. 이후부턴 성조기를 착륙선에서 먼 곳에 꽂았다고 한다. 그러나 강한 햇빛 탓에 성조기의 색은 금세 모두 바랬을 것으로 보인다.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세 명의 우주인은 지구로 돌아온 뒤 우방 24개국 순방길에 나섰다. 들르는 나라마다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이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들은 11월 초 한국을 방문해 73개국 국가 원수들의 메시지를 담은 마이크로필름과 확대경을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한국전에 조종사로 참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선장 암스트롱에게 “달에 첫발을 디딜 때 주춤주춤한 것은 왜냐?”고 묻자 암스트롱은 “달 표면이 먼지층이기 때문에 푹 빠져들어 갈지도 모른다는 학설이 있어 달 표면 경도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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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무사귀환 확신 못해…실패 대비한 성명서 미리 작성

달에 도착한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의 가장 큰 과제는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애초 소련에 맞서 체제 우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컸던 만큼 이는 절대적인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시 과학자들과 우주비행사들은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착륙선에서 상승 모듈을 타고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사령선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연습을 하긴 했지만 실패할 위험은 여전했다. 그래서 복귀 이틀 전인 7월18일 닉슨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 윌리엄 새파이어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대통령 성명을 준비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성공의 환호에 가려져 있지만 아폴로계획은 그만큼 죽음을 무릅쓴 모험 프로젝트였다. 다행히 이 성명은 닉슨 서랍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비장한 내용의 이 성명은 30년 후인 1999년 내용이 공개됐다.

“달을 향해 탐험을 떠났던 우주비행사들은 이제 달에서 영면을 취할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닐 암스트롱, 에드윈 올드린이라는 두 용감한 우주비행사는 더 이상 구원의 길이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희생이 인류를 위한 희망이었음을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이들 두 우주비행사는 진실과 이해를 갈구한다는 인류의 제일 고귀한 목표를 위해 그들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국가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 그리고 그녀의 아들 둘을 미지로 떠나보낸 어머니 지구 또한 애도하며 그들의 넋을 기릴 것입니다. 아폴로 11호 대원들의 탐사로 인해 인류는 하나로 결속했고 이들의 희생으로 인하여 인류의 동포애는 더욱더 깊어졌습니다. 고대 인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별자리 속 영웅들을 보곤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밤하늘 속 영웅들을 바라보지만, 이 영웅들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고귀한 인간입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발자취를 따를 것이고, 무사히 귀환할 것입니다. 인류의 탐험은 절대 멈추어져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첫 발자국을 내민 선구자이며 영원토록 우리의 가슴 속 가장 중요한 곳에 기억될 것입니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밤마다 달을 보는 모든 인간들은 저곳 어딘가에 영원한 인류애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나무위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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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표본 21.5kg, 두 상자에 나눠 갖고 지구로 돌아와

아폴로 11호에서 그 다음으로 중요한 임무는 달 암석과 토양 표본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6번의 달 착륙에서 우주비행사들은 모두 2196개의 암석과 월면토 표본을 수집해 지구로 가져왔다. 무게로는 382kg에 해당한다.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은 달에서 21.5kg의 암석과 토양, 먼지를 수집해 두 상자에 담아 가져왔다.

닉슨 대통령은 그해 11월 이들이 가져온 표본으로 135개국과 미국 50개주, 유엔에 기념선물로 보낼 달 표본 액자 선물 250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 액자는 미국이 소련보다 우월함을 보여주는 확실한 징표였다. 이 액자엔 해당국의 국기와 함께 아폴로 11호가 가져온 쌀알 네 톨 크기의 달 먼지 표본이 아크릴 단추 안에 들어 있다. 무게는 50mg. 아크릴은 달 표본을 확대해 보여주는 확대경 역할을 한다. 한국은 1970년 4월 이 표본 액자를 선물로 받았다.

그러나 미-소 체제 경쟁이 부른 달 착륙의 환호와 열기는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미국 방송사들은 아폴로 12호의 시청률이 저조하자 아폴로 13호는 생중계도 하지 않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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