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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늪]② 인연 끊긴 지 오래인데…‘발목’ 잡는 부양의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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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30년 전 집을 나간 부인에 대한 얘기입니다. 부인 명의로 된 집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 서류뿐인 '가족'...수급자 제외만 90만 명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를 선정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말 그대로 수급권자를 부양할 의무가 있는 자식이나 부모, 부인, 남편 등을 말합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부양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국민 혈세에 기대는 건 그다음입니다. 그러나 연락이 끊긴 지 오래, 혹은 연락이 닿더라도 이웃보다 못한 사이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서류상 부양의무자 때문에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소외계층이 90만 명에 달합니다.



■ 부양의무제 단계적 폐지...'생색내기' 불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양의무자 제도는 빈곤 해소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정부도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부양의무자 완전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부양의무자는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있습니다. 공약을 이행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비판을 넘어 분노를 쏟아냅니다. 생색내기, 꼼수 정책이라고 비판합니다.



■ 비용 가장 덜 드는 방법부터?... 효과 미비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복지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교육급여, 주거급여입니다. 지난해 10월 이 가운데 주거급여 대해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습니다. 올 1월부터는 부양의무자가 장애인이나 노인일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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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보다 한 발 나아간 정책인데도 왜 비판을 받을까요? 통계를 보면 주거급여 수급자는 18.7% 늘었지만, 생계급여 수급자는 0.3% 감소하고 의료급여 수급자는 0.15%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빈곤사회연대는 주거급여가 다른 복지에 비해 급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합니다. 또 장애인이나 노인만 골라 부양의무자에서 제외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저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는 입장입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였을까요?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수급자가 '중증장애인'일 경우 부양의무자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여기에도 또 꼼수가 숨어있다고 지적합니다. 부양의무자 폐지로 도움을 받는 집단 중 가장 인구가 적다는 거죠. 혜택을 받는 사람은 5만 명 정도로, 부양의무자를 모두 폐지했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60만 가구와 비교하면 매우 적습니다.

부양의무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내년부터는 노인과 중증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상태입니다.

곳곳의 압박 속에 곳간 문을 열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엄진아 기자 (az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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