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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K-POP] `양현석 왕국` YG 어쩌다 벼랑 끝에 몰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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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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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멤버로 출발해 한국 가요계 최고 연예기획사의 기둥이 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50). 그는 지난 17일 성매매알선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미 소속 연예인들의 잇단 마약·성추문 사건 연루로 한바탕 비난을 받은 그는 지난달 YG 대표 프로듀서 자리도 내려놓았다. 그의 이름을 따 세워진 YG(양군)에 위기가 찾아왔음은 물론이다. 양현석 왕국은 어쩌다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됐을까.

◆ 아티스트형 아이돌, 자유와 방종 사이

남자 아이돌에게 요구되던 게 외모와 퍼포먼스가 전부이던 시기에 양현석이 꺼낸 카드는 빅뱅이었다. 2006년 데뷔한 빅뱅은 리더 지드래곤이 상당수 노래의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아티스트형 아이돌'의 시작을 알린다.

이후 YG를 거쳐간 대부분 아이돌이 창작에 두각을 드러내면서 YG는 아티스트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창의성에 방점을 찍은 이 가수들은 해외에서 K팝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자유와 방종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부터 2NE1 박봄, 프로듀서 쿠시까지, YG 소속 연예인은 끊임없이 마약 투약 논란에 시달려왔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YG 내부에 아티스트의 작품활동을 위해 일탈이 괜찮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명세를 탄 아이돌이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었는데, 자유분방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마약까지 손대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 K팝 이끌었지만 K팝 정서에 무지했다

문제를 키운 건 각 사건을 마주하는 회사의 대처법이었다. YG는 소속 가수가 사고에 얽힐 때마다 일벌백계하는 대신 빠르게 무마하는 쪽을 택했다. 팬들은 곤경에 빠진 아티스트가 다시 활동하는 모습을 금방 볼 수 있어 반가웠지만, 이들의 자숙을 기대했던 대중은 'YG약국'이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서서히 등을 돌렸다.

특히 올해 들어서 YG가 빅뱅 전 멤버 승리의 '버닝썬 사태'를 다룬 태도는 회사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결정타가 됐다. 지난 2월 승리 성접대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졌을 때 YG엔터테인먼트는 "가짜뉴스를 비롯한 루머 확대 및 재생산 등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증거가 거듭 드러난 데다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승리를 성매매 알선 등 7가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며 팬들 사이에서는 YG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게 됐다.

급기야 YG의 후발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비아이까지 LSD 복용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난달 양현석은 YG 대표 프로듀서 자리를 내려놓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번에 YG의 상징인 그마저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소속 연예인 관리 문제 차원이 아닌, 'YG제국' 자체가 도마에 오르는 지경이다.

정병욱 음악평론가는 "기획사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중요시하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 가요 팬들은 아이돌을 보수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YG가 시장 특성에 맞지 않는 전략을 펼친 것"이라고 봤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해외에서는 예술과 사생활이 별개라고 보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 자체가 서양과는 다르다"며 "최근에는 연예인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니까 도덕성을 더 중요시하게 됐는데 YG는 이를 맞추지 못해 팬들에게 실망을 남겼다"고 했다.

◆ 음악에 집중 못한 무리한 사업 확장

이번 사태로 위기에 직면하게 된 기업은 YG엔터테인먼트뿐만이 아니다. 현재 YG엔터는 상장사 YG플러스를 비롯해 21개의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TV 프로그램 제작, 모델, 식음료, 골프, 화장품까지 사업 면면도 다채로운 해당 계열사들이 전부 '양현석 왕국'으로 묶여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YG플러스는 1년 새 주가가 반 토막 나기도 했다.

가요계에서는 이렇게 다각화된 사업 영역이 YG 리스크의 영향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다고 보고 있다. 본업에 집중하지 못한 채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기업 정체성만 희미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대중음악 이외의 사업에서 YG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예능 제작 부문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야심 차게 내놓은 '착하게 살자' 'YG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소속사에 제기돼온 마약 투약 의혹 등을 개그 소재로 활용하며 외려 여론의 비난을 더했다.

사업을 무리하게 늘려가는 가운데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해져 성접대, 공권력 매수 등의 의혹까지 받게 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너 중심의 취약한 구조에 전문경영 관리능력이 부족했다"며 "주가를 올리기 위한 무리한 확장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 제작 노하우 바탕으로 재기 가능할까

YG가 과거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YG라는 브랜드 가치가 바닥까지 떨어져 더 이상 정상적 사업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지만, 그럼에도 YG의 가수 발굴·육성 역량은 여전하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이하이와 악동뮤지션 팬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계약해지' 요구는 YG가 회복 불가능하다는 쪽을 대표하는 목소리다. 이들은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가수들이 YG에 소속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입는다며 분개하고 있다.

한동윤 평론가는 "댓글을 보면 YG 가수에게 '소속사에서 빨리 나오라'는 의견이 많다"며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가 받고 있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회사 유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등이 가능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YG가 그간 쌓인 K팝 제작 노하우를 중심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병욱 평론가는 "큐브엔터는 주력 그룹이 활동을 중단한 이후 회사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음에도 펜타곤이나 (여자)아이들을 성공시켰다"며 "YG도 한동안 침체기를 겪겠지만 새로운 아이돌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 장기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 엔터테인먼트 회사 이사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음에도 주가를 이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블랙핑크나 위너 등 아티스트들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인 변화가 주어진다면 오래지 않아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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