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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시민들이 사인해달라는 검사 윤석열, 2년 뒤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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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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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내정자는 ‘사인’과 ‘악수’를 요구받는, 아마도 국내 유일한 검사일 것이다. 야구장에서, 백화점에서, 한강 변에서, 그를 알아본 시민들 일부는 그에게 선뜻 손을 내민다. 윤 내정자는 쑥스러워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지난 8일 자정을 넘겨 16시간 동안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그에게 ‘거짓말 논란’을 안겼다. ‘가족만큼 친하다’는 후배 검사(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를 보호하기 위해, 2012년 기자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지 이번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둘러댔지만, 영 군색했다. 그래도 여론은 관대했다. 후배를 챙기는 ‘의리 있는’ 검사라고 감싸는 이들도 있었다.

이런 대중적 호감은 청와대가 야당 반대에도 지난 16일 ‘후보자’ 꼬리표를 떼고 그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의 임기가 일주일 넘게 남았지만, 그는 실권을 쥐고 청와대·법무부와 차기 검사장 인사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주 목요일인 25일, 그는 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검찰총장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윤 내정자 앞에는 몇 가지 큰 과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에 검찰 수장인 그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방향이나 세부 내용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지만, 정부의 검찰 개혁은 결국 검찰의 힘을 줄이는 것을 뼈대로 한다. 직접수사권의 일부를 다른 기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넘겨야 하고, 검찰이 독점해 온 기소권도 경찰과 나눠야 할지 모른다.

검찰의 ‘칼’로 전직 대통령 두 명과 전직 대법원장은 물론 국내 최대 재벌 총수까지 직접 수사해 재판정에 세운 그가, 검찰의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상황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인가.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폄훼하거나 저항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좋은 법이 나올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검찰 지상주의자’라는 평가까지 받는 그는, 여전히 검찰이 해야 하는 수사와 경찰이 해야 하는 수사를 나눈다.

삼성 수사는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숙제다. 검사와 수사관, 회계사 등 수십명이 달라붙어 반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 수사는 이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 자체를 파헤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삼성은 부정하지만, 회유와 거짓말, 조작된 문서 등 다양한 범죄 증거들이 이익의 최종 수혜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리키고 있다.

주변 상황은 검찰에 불리하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과 엎친 데 덮친 격인 일본의 경제 보복은 적어도 검찰 수사를 앞둔 이 부회장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 경제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여론만큼, 하필 지금이어야 하느냐는 여론도 적지 않다. 청와대도 이 부회장을 자주 공식석상에 호출하는 등 은근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치적 중립도 만만찮은 과제다. 그는 이 정부의 집권 3~4년차를 검찰총장으로 보내게 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시기에 대통령 측근이나 가족 등의 비리가 많이 불거졌다. 덮고, 덮고, 덮으려다 안되는 것들이 수사 대상이 되곤 했다. 2013년 출범한 지 채 1년이 안 된 박근혜 정부의 수사 개입을 폭로한 그의 행적을 볼 때, 그가 과거의 정치 검사들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명권자의 눈치를 완전히 살피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좀 이른 질문인 듯하지만 2년 뒤인 2021년 7월 퇴임 뒤에도 시민들이 그에게 사인과 악수 요청을 할까. 앞의 세 과제에 그가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그 답은 달라질 것이다. 윤 내정자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은 아니다. 다만 그는 “점진적 개혁”을 바라고 “시장의 신뢰”를 지키려 하며 “정치적 중립”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최현준 법조팀장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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