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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교토시장, 방화참사 유세에 이용했다 혼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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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대처에 3분, 10분이 중요… 선거도 마지막 1, 2일로 역전”

‘희생자-유족 모독’ 비난 쏟아져

日경찰 “범인, 절도전과 정신질환자”… 한국인 30대 여직원도 부상 ‘위중’

동아일보

교토 방화 참사 희생자 추모 33명의 사망자를 낸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회사 화재 하루 뒤인 19일 한 남성이 현장에 꽃다발을 내려놓으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피해가 컸던 이유로 대다수 직원이 근무하는 오전이었고, 외부인 출입이 쉬웠고, 종이 등 불에 잘 타는 물건이 많았고, 옥상으로의 탈출 경로가 막혔던 점 등을 꼽았다. 닛테레방송 등 일부 언론은 범인이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잠갔다고 전했다. 교토=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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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8년부터 일본 교토시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가도카와 다이사쿠(門川大作·69·사진) 시장이 34명의 사망자를 낸 18일 교토 애니메이션 회사 화재를 21일 참의원 선거 유세에 이용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19일 교토신문 등에 따르면 가도카와 시장은 전날 후보자 지원 연설에서 화재를 언급하며 “화재 대처에는 3분, 10분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선거도 마지막 1, 2일로 역전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장의 한 목격자는 “발언에 철렁했다. 선거에 힘이 들어가 말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1950년 교토에서 태어난 가도카와 시장은 2006년 1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교육재생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2008년 교토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당선됐고 2012년 재선, 2016년 3선에 성공했다. 겉으로는 당적이 없지만 첫 선거 때부터 자민-공명당 연합의 지원을 받아 사실상 자민당 소속이란 지적이 있다.

여론은 들끓고 있다.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참사와 선거를 비교해 희생자와 유족을 모독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온라인에는 “33명이 숨진 사건을 선거 유세에 활용하다니 믿을 수 없다” “피해자의 마음을 도려냈다”는 글이 가득하다. 시청에도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가도카와 시장은 19일 “많은 분이 불안과 비통한 생각을 하는 중에 발언이 부적절했다.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이날 일본 경찰은 화재 사건 범인이 아오바 신지(靑葉眞司·41)라고 공개했다. 그는 2012년 이바라키(茨城)현의 한 편의점에서 현금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 판결을 받았다. 복역 후 출소자 보호시설에서 머물다 2, 3년 전쯤 사이타마(埼玉)시로 이주했다. 현재 생활보호대상자이며 정신질환도 있어 방문 간호를 받아왔다. 이 와중에 일본 소셜미디어 등에서 ‘방화범이 한국인이며 방화가 한국인의 습성’이란 유언비어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일부 일본 누리꾼이 가짜 뉴스로 혐한 감정을 부추겨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외교부는 부상자 36명 중 한국인 여성(35)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했고, 부상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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