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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 일본 여성, 남편 姓 안따라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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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4당 '선택적 別姓' 공약

집권 자민당은 유보적 입장

최근 일본 소셜미디어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일 도쿄 일본기자클럽 당대표 토론회 현장에서 찍힌 것이다. 중앙에 앉은 아베 총리는 혼자 멋쩍게 웃고 있는 반면, 그를 둘러싼 각 당 대표 6명은 결연한 표정으로 일제히 손을 들고 있다. "'선택적 부부별성(別姓)제'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자민당 대표인 아베 총리 홀로 '인정한다'고 손을 들지 못한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참의원 선거가 진행 중인 일본 사회에서 '선택적 부부별성제'가 쟁점 중 하나로 제기됐다. 선택적 부부별성제란 우리나라처럼 부부가 결혼 후에도 각자 다른 성(別姓)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을 포함해 4개 야당이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을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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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극우 정당 일본유신의회조차 '논의가 필요하다' '결혼 전 성(姓)의 일반적인 법적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민당만이 '원래 성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이다.

현재 일본은 '혼인한 부부는 동성(同姓)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민법 750조에 따라 부부는 서로 다른 성을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결혼 후엔 남편이나 아내의 성으로 통일해 쓰라는 뜻이다. 1898년 메이지(明治) 헌법 당시, 서구 사회를 모방해 민법에 도입됐다. 이 민법에 따라 지금도 일본에선 부부의 90% 이상이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른다. 남편이 아내의 성을 따르는 건 처가의 가업을 잇는 등 특수한 경우다. 이른바 '데릴사위'다.

아내가 자신의 성을 고수하고 싶어해 따르는 경우도 있다.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중의원 예산위원장이 그런 사례다. 부부가 각자 자신의 성을 지키기 위해 사실혼 상태를 유지하거나, 아예 서류상 이혼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부부 동성 사용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하다. 서구 국가에서도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다. 일본 법무부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부부별성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자민당 등 보수파의 반대로 무산됐다. "가족 간의 유대감이 무너진다"는 이유였다.

여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내각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택적 부부별성제 도입을 위한 민법 개정과 관련해 '개정해도 상관없다'고 답한 비율은 42.5%로, '개정할 필요 없다'(29.4%)를 웃돌았다. '가족끼리 성이 달라도 가족의 유대감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64.3%에 달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반대파의 입지는 줄고 있다.

19일 아사히신문과 도쿄대 다니구치 마사키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선택적 부부별성제에 반대하는 자민당원은 전체 44%에 달했지만, 2019년엔 28%로 줄었다. 대신 찬성파는 같은 기간 14%에서 19%로, '중립'으로 말을 아낀 비율은 41%에서 53%로 늘었다.

현 자민당은 '민법은 그대로 두되 결혼 전 성을 폭넓게 병기하도록 제도를 보완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넘버카드에도 본래 성을 병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정할 방침이다. 예상되는 예산은 100억엔이다. "돈과 시간을 들여 각종 서류에 옛 이름을 병기하느니 부부별성제를 인정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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