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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올해 천만영화 벌써 4편…역주행·N차 관람 '흥행 바람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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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26번째 천만 카운트다운

'극한직업''엔드게임''알라딘' 이어

한 해 개봉작 네 편 천만은 처음

상반기 관객 사상 첫 1억명 돌파

'중박' 실종에 양극화 심화 지적도

중앙일보

지난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올해 4번째 1000만 관객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7월까지 4편의 1000만 영화가 나오는 건 올해가 최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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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편째다.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이 관객 1000만 돌파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배급사 예측대로라면 이번 일요일을 고비로 역대 26번째, ‘극한직업’(1626만) ‘어벤져스:엔드게임’(1392만, 이하 ‘엔드게임’) 상영중인 ‘알라딘’에 이어 올해 4번째 천만영화가 탄생할 전망이다.

같은 해 개봉작 4편이 잇따라 천만영화가 되는 건 사상 처음. 2015년에도 '국제시장''베테랑''암살''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4편이 천만 고지를 밟았지만, 그 중 '국제시장'은 전년도 연말 개봉작이었다.

그동안 천만영화는 2003년 연말 개봉한 '실미도'와 이듬해 초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 연말 ‘왕의 남자’와 이듬해 여름 ‘괴물’, 2012년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2014년 '명량'‘겨울왕국 ‘인터스텔라’등 한 해 많아야 2, 3편이었다.



코미디로 역대 2위...장르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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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훌쩍 넘은 큰 흥행 성공을 거둔 영화 '극한직업'.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같은 대사 역시 히트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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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도 다양해졌다. 올해 첫 천만영화 '극한직업'은 형사들이 잠복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차리는 코미디. 국산 천만영화의 단골 소재였던 현대사의 비극이나 사극에 빗댄 현실비판과 거리가 멀다. 제작비 규모도 대작은 아니지만 코미디 갈증을 풀어주며 '명량'에 이어 역대 흥행 2위까지 올랐다.

개봉 시기도 눈에 띈다. 설 연휴에 열흘 앞서 개봉한 '극한직업'을 제외하면 다른 4편은 4~5월 개봉해 흥행 홈런을 쳤다. 극장가 최고 대목인 연말연시나 여름방학 특수를 누린 게 아니었다.

덕분에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사상 처음 1억 명을 넘어섰다. 올해 1~6월 관객 수(1억 932만 명)와 매출액(9307억 원) 모두 지난해보다 각각 13.5%, 16.0%가 늘어 역대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황금종려상 후광에 50·60대도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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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후광효과와 영화에 담긴 풍부한 디테일이 반복관람 열기를 낳았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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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생충'은 '괴물'(2006)로 1300만 관객을 모았던 봉 감독의 흥행파워에 한국영화 첫 황금종려상 수상이 화제 몰이를 했다. 가족영화가 아닌 사회성 짙은 문제작, 장르영화인 동시에 예술영화임에도 젊은 관객은 물론 다양한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본부장은 “중·장년 관객까지 극장으로 끌어낸 건 해외영화제 훈장 효과를 떼고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기생충’의 50대 이상 관객 비율은 약 15%로 ‘엔드게임’(7.2%)의 두 배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범죄영화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중장년층 이상의 관객이 볼만한 영화가 한동안 없었다"며 황금종려상 수상 효과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과 노년층 관객이 극장으로 유입되면서 '기생충' 흥행에 일조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싱어롱·4D...특별해지는 N차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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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CGV용산에서 '알라딘' 4DX 싱어롱(댄서롱) 상영회가 열렸다. 영화 속 캐릭터를 코스프레하거나 LED 왕관을 쓴 관객들이 노래와 춤을 따라하고 있다. CGV 4DX에서 이 영화 관객 수는 90만명으로, '겨울왕국',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제치고 역대 1위에 올랐다. [사진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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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굵직한 흥행작에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 즉 반복 관람은 필수 현상이 됐다. 스크린 속 마법 양탄자가 날아오르는 순간 객석에선 주제곡 ‘어 홀 뉴 월드’ 합창이 터져 나왔다. 지난 19일 개봉 58일째를 맞은 ‘알라딘’의 CGV 4DX 싱어롱 상영관은 여전히 열기가 뜨거웠다. 움직이는 좌석에 특수효과를 더한 4D 등 이런 특수관 상영은 N차 관람 열기를 부추겼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이 영화 재관람률은 8.7%. 같은 기간 흥행 10위권 평균 3.1%를 두 배 넘게 웃돌았다. 이 영화 전체 관객 중 4D 관객은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CJ CGV 황재현 홍보팀장은 “다양한 체험을 즐기려는 관객이 특수관에 몰렸다”며 “극장이 단지 '보는 재미' 이상의 테마파크 같은 곳으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특수관(3D‧4D‧아이맥스) 관객 수는 352만명.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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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람객이 수집한 영화 기념품 뱃지. 이런 굿즈를 주는 특별상영도 최근 관객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주목된다. [사진 개인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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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와 전쟁, '영혼 보내기'도 활약

이제는 스포일러도 흥행요소다. ‘엔드게임’은 12년간 마블영화의 대단원을 담은 결말이, ‘기생충’은 극 중 반전이 재미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개봉 전부터 제작진이 직접 나서 스포일러 방지를 당부했다. 스포 노출을 피하려는 관객이 개봉 초반부터 몰려 흥행 열기를 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입소문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현상도 벌어졌다. 정지훈 주연의 150억 원대 대작 ‘자전차왕 엄복동’은 관객 17만으로 흥행 실패했지만 UBD(엄복동 이니셜)란 흥행단위를 남겼다. 역대 최고 흥행작 '명량'의 1761만 관객과 맞물려 1UBD=17만, 100UBD=1700만이란 계산법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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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걸복동'으로 불리며 악의적인 댓글에 시달렸던 '걸캅스'는 개봉 후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과 지난해 '미쓰백'에 이어 여성 관객들의 '영혼보내기' 운동이 확산되며 손익분기점을 넘는 흥행성과를 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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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성 형사 콤비의 코미디 영화 ‘걸캅스’는 개봉 전 뻔한 영화라는 인식을 딛고 여성 관객들의 ‘영혼 보내기 운동’이 퍼져 흥행 뒷심을 발휘했다. 몸은 극장에 못 가도 영혼은 보낸다는 의미로, 예매 내역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움직임이 벌어졌다.



역주행으로 1000만… 입소문이 롱런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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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10만도 안되게 출발해 '역주행'으로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감독 가이 리치)에서 자스민 공주를 연기하고 있는 나오미 스콧.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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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신기록도 쏟아졌다. ‘엔드게임’은 개봉 11일째 1000만 명을 돌파, '명량'의 기존 기록(개봉 12일)을 하루 앞당겨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 속도전엔 물량 공세가 한몫했다. '엔드게임'은 개봉일 스크린 수 2760개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최대 80.9%에 달한 상영점유율 역시 유례가 없는 수준. ‘아바타’(1362만)가 10년 가까이 지켜온 역대 외화 최고 성적까지 갈아치웠지만 스크린 쏠림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반면 '알라딘'은 최대 스크린 1409개(상영점유율 30.6%), 첫날 관람객 7만명에 그쳤지만 입소문을 통해 흥행 뒷심을 발휘, 이른바 '역주행'으로 롱런하며 개봉 53일 만에 1000만 고지에 올랐다. 특히 한 주 차이로 개봉한 '기생충'과 '알라딘'이 서로 관객을 넘겨주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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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개봉한 유관순 열사의 영화 '항거'는 올해 상반기 다양성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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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역대 최다 관객 수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영화 시장이 더 커질지는 미지수다. 극장 관객 수는 최근 6년간 매년 2억1000만명대, 1인당 관람횟수는 연평균 4.2회 안팎에 정체된 상태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연간 관람횟수는 국민소득이나 레저환경,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패턴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큰 폭으로 변화하기 힘들다”면서 “파격적인 화제작이 쏟아지지 않는다면, 상반기에 충분히 영화를 본 관객들이 하반기엔 지갑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천만영화에 관객이 몰리며 중박영화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는 500만~800만 관객 영화가 한 편도 없다. 영진위는 "'극한직업'과 '기생충'의 관객 수가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4%"라며 "2019년 상반기 관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3·1운동 100주년에 때맞춰 개봉한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116만 관객이 관람, 다양성 영화로는 올해 상반기 흥행 1위에 올랐다. 2위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그린 북’(43만), 3위는 대만 로맨스물 ‘장난스런 키스’(42만)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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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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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나원정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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