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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제1야당 한국당과 공영방송 KBS는 왜 계속 싸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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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에 영혼을 팔아넘긴 권력의 홍위병”(이만희 원내대변인)

“윤도한 기획, 양승동 행동대장의 대국회 테러사건”(박성중 의원)

“국민을 모욕하는 양승동 사장을 해임 촉구해야 한다”(최연혜 의원)

모두 19일 하루 동안 쏟아진 자유한국당의 KBS 겨냥 발언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까지 찾아가 “KBS 뉴스는 사망했다”며 “KBS를 해체하라. KBS는 국민에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을 향한 제1야당의 불만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앙일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계단앞에서 열린 '총선개입 선동조작 KBS는 해체하라' 규탄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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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로고 박힌 일장기

한국당이 폭발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KBS가 전날(18일) 내보낸 한 리포트 때문이다. KBS 9시 뉴스는 일본 경제 보복에 대응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현상을 보도하면서, 앵커 뒤 화면에 한 네티즌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띄었다.

해당 영상에는 ‘안 사요’ ‘안 가요’ ‘안 뽑아요’ ‘안 봐요’라는 문구가 반복되는데, 여기서 ‘ㅇ’은 NO의 ‘O’와 겹치며 일장기의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됐다. 그런데 ‘안 뽑아요’라는 문구에서 ‘ㅇ’ 안엔 한국당 로고가 합성돼 들어갔다. 일본과 한국당을 같은 집단으로 표시하면서, 동시에 선거에서 한국당을 안 뽑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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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KBS 9시 뉴스에 보도된 장면. [K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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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19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선 한국당은 크게 반발했다. 한국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은 “KBS가 불매운동 보도에 한국당 마크를 넣어 상당히 공격적인 행태를 보였으며 이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승동 4차례 찾았으나…

앞서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 15일 과방위 회의에 문자 메시지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한국당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을 방영한 KBS 프로그램 ‘시사 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의 재방송 불방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외압 의혹을 따지려 했지만 양 사장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19일에도 양 사장은 국회 과방위에 불출석했다.

이와 관련 KBS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영방송 사장이 특정 프로그램과 관련한 국회 출석 요구에 응하면 헌법과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의 독립과 자유, 제작의 자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앞까지 찾아갔지만 양 사장을 만나진 못했다. 한국당은 지난 4월에도 KBS 본사에 항의 방문을 간 적 있는데, 정필모 부사장이 대신 나왔다. 당시 한국당 의원들이 “양 사장이 못 나오는 것이냐, 안 나오는 것이냐”고 묻자 정 부사장은 “안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과 KBS의 악연

야당인 한국당과 공영방송인 KBS가 대립하는 건 현행 제도상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KBS가 수신료 문제, 이사진 선출 등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강동원 의원), “(정부에게) 방송장악의 달콤함은 마약과 같다”(최민희 의원)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KBS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당시 KBS 노조가 총파업을 하자 “진보 좌파 노조가 문재인 정부를 위한 방송을 만들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양승동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는 “오로지 문재인 정권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코드에 충실하다는 이유로 후보자에 오른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양 사장 취임 후부터는 양측의 극한 대치가 심화했다. 한국당이 ‘KBS 헌법 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를 만들자, KBS 언론노조는 “2014년 여당일 때는 시청료 인상안을 기습 상정하더니 야당이 되니 분리징수를 주장하는데 이는 개가 웃을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이후 KBS 수신료의 납부 방식을 시청자가 선택하게 하는 ‘방송법 개정안’(박대출 의원), 한국전력공사가 KBS의 수신료 징수 업무를 금지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윤한홍 의원),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허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윤상직 의원) 등을 발의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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