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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0t → 6855t 수입 6년새 폭증…낯선 외국식품의 '안방'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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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PICK]

낯선 먼 나라의 농축산물이 한국인의 식탁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외국산 농축산물의 국내 수입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고, 소비자들의 취향도 다양해지면서 예전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농축산물의 국내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KREI) 등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 일반인에게 대중화된 대표적인 외국 축산물로는 양고기가 꼽힌다. 2010년 4194t이던 양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만7337t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처음에는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소비됐지만, 점차 한국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수입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가리봉동ㆍ건대 입구 등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에 집중됐던 양꼬치 전문점은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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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는 ‘FTA 발효 이후 수요가 급증한 농축산물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조리방법이 ‘양꼬치’ 중심에서 철판구이 등으로 다양화됐고 ▶양고기 식당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문화됐으며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최소화하여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인 점 등을 양고기 확산 이유로 꼽았다.

과일류에서는 ‘아보카도’가 열풍이다. 2010년에는 수입량이 457t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만1560t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슈퍼푸드’로 불릴 정도로 영양분이 풍부하고, 피부 미용과 변비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지면서다. 고소한 풍미로 샐러드ㆍ음료 등 다양한 음식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후숙(後熟, 수확 후 일정기간 익히는 것)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을 많이 배출하고, 아보카도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물 소모량과 산림 파괴도 심각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경 파괴범’이라는 지탄을 받기도 한다.

‘브라질너트’도 최근 뜨고 있는 수입 농산물 중 하나다. 아마존강의 북부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의 열매다. 2010년·2012년 ‘0’이었던 수입량은 2014년 25t, 2016년 105t에서 지난해 6855t으로 폭증하며 국내 견과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KREI는“미국 USDA 등록 식품 중에서도 셀레늄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셀레늄은 미네랄의 일종으로 항암효과와 면역력 향상, 노화 방지 등에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REI는 이밖에 ▶이른바 ‘쿡방’의 인기로 가정 내 스테이크용으로 수요가 증가한 쇠고기 신선 고급육 ▶‘레몬 디톡스’라는 체내 해독요법으로 주목을 받은 레몬 ▶영양분이 풍부한 천연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아로니아(분말) 등을 비(非)대중적이었다가 최근 들어 인기를 끄는 수입 농축산물로 꼽았다.

이런 새로운 농축산물 수입 증가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내 농업 생산구조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내 농가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블루베리는 2000년대 미국 타임지의 ‘슈퍼푸드’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소비가 늘었다. 수입뿐만 아니라 국내 자체 생산 규모도 급증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 공급 과다로 가격이 폭락하고, 소비도 감소하면서 블루베리는 2016년에는 폐업지원 대상품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체 재배농가의 약 10%가 문을 닫았다.

지금은 아로니아 농가가 위기를 맞고 있다. 아로니아가 ‘왕의 열매’, ‘베리의 제왕’, ‘천연 눈 영양제’ 등의 별명으로 인기를 끌면서 재배 농가가 늘기 시작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3년 492곳이던 아로니아 재배 가구 수는 지난해 4753곳으로 9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공급이 시장의 수요를 초과하면서 2013년 1㎏에 3만5000원 하던 아로니아 가격이 올해는 1000원대로 급락했다.

한-유럽연합(EU) FTA 이후 아로니아 분말ㆍ농축액 등의 수입이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아로니아는 떫은맛 때문에 생과(生果)로 먹기보다는 분말이나 농축액으로 섭취한다. 그런데 생과는 FTA 수입금지품목에 해당하지만, 가공식품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는 “비대중적인 품목의 수입이 계속 늘면서 대중적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하고, 일시적 ‘붐’으로 끝나기도 한다”며 “특정 품목의 소비 및 수입 급증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국내외 수급 상황에 기초한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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