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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카톡 대화 증거 안된다" 정준영측 반격 카드는 '독수독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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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으로 촬영·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이 지난 5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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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씨 관련 내용은 대부분 카카오톡 대화에 기초한 진술증거가 대부분인데 카톡 대화가 복원되는 과정에 위법성이 있고, 이렇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습니다."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카메라 등 이용 촬영ㆍ특수준강간 등 혐의로 법정에 선 가수 정준영(30)씨의 첫 재판이 열렸다. 정씨측 변호사는 미리 낸 의견서에 새로운 주장을 담았다. 이른바 '독수독과론'이다. 정씨 혐의가 처음 드러나게 된 계기인 ‘카카오톡 대화’가 복원된 경위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변호인은 이를 기초로 한 관련자들의 진술 등 2차적 증거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씨측 변호인은 중앙일보에 "여론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다툴만한 부분이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톡방 내용은 위법수집증거…증거능력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정씨 측이 카톡 내용을 위법수집증거라고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정씨 카톡 내용은 정씨가 과거 휴대폰을 맡겼던 디지털포렌식 업체에서 복원해 보관하고 있다가 방정현 변호사에게 넘겼고, 방 변호사가 이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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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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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측은 업체가 카톡 내용을 복원해 몰래 갖고있던 점 등을 들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또 카톡 기록 자체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 기록이고 이를 제3자가 취득해 넘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일 수 있고, 이는 사인(私人)에 의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적법하게 수집되지 않은 증거는 배제한다는 형사소송법 308조의2를 적용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과거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역시 비슷한 주장을 펼친 적이 있다. 그는 청와대가 감찰 과정에서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범위의 증거자료까지 포렌식해 이 부분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주영글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는 "경찰이 처음 정씨 수사를 시작할 때 혐의는 있지만 증거가 없어 체포를 못하니 카카오톡 내용까지 탈탈 털어 혐의를 찾아냈다"며 "압수수색 범위는 범죄 혐의와 관련이 있어야 하는데 관련없는 것까지 다 들여다보며 범죄를 찾아낸 건 적법한 절차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원은 어떻게 인정해왔나

최근 법원은 위법수집증거배제를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서울고법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위사업체 직원 6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위법수집증거 배제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이 업체를 압수수색한 기무사는 군 기밀 누설 혐의와 관련 없는 방산물자 관련 자료까지 모조리 압수했다. 재판부는 "혐의와 무관한 자료를 압수해 장기 보관하며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는 물론 그 증거에 기초해 수집된 2차 증거도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 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심에서 무죄를 선고를 받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판결문에도 "위법수집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적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인사업무 관련 파일은 권 의원 혐의와 관련 없는 위법 수집 증거"라고 밝혔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1년 이뤄진 검찰의 종근당 압수수색에 대해 "디지털 증거 수집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며 압수수색 전체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가 있다.



‘위법수집증거배제’ 조항은 수사기관 견제용…정씨 경우와는 달라

반면 정씨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법원이 위법수집증거로 인정해온 사례들은 수사기관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의 범위를 넘어 수사하는 등 국가기관의 잘못이 드러난 사례인데 정씨의 경우는 이렇게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은 "취득 과정의 불법성은 분명히 있지만 수사기관이나 국가기관이 먼저 조장하거나 관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법수집증거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대법원은 소송 당사자가 제3자가 훔친 업무일지를 구매해 법정에 증거로 낸 사건에서 이 업무일지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문서위조 피해자인 A씨는 가해자 B씨의 회사 직원 C씨가 회사에서 몰래 갖고 나온 업무일지 중 B씨가 사문서위조를 연습한 흔적을 찾았고 이를 C씨로부터 사서 사문서위조의 증거로 제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범행에서 B씨를 형사소추하기 위해서 업무일지는 반드시 필요한 증거로 보이고, 설령 그것이 제3자에 의해 절취되어 A씨가 대가를 지급했다 하더라도 공익의 실현을 위해 업무일지는 범죄 증거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 결과 B씨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결과가 있더라도 이는 B씨가 받아들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된다"며 훔친 업무일지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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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씨가 과거 휴대폰 수리를 맡겼던 사설 수리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경찰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휴대폰 사설수리업체로 가방을 들고 들어가고 있다. 2019.3.1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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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씨측 주장과 달리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법정에 제출된 증거는 공익제보를 통해 제출된 것이 아니라 경찰이 지난 3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여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정씨 카톡 내용을 복원한 디지털 포렌식 업체를 압수수색하며 "증거능력 보강 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이경)는 "경찰이 적법한 압수수색으로 똑같은 증거 원본을 갖고 있다면 유죄 입증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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