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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도살 직전 구조된 개, 20일 만에 엄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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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 개시장서 구조된 ’눈송이’

경주보호소서 11마리 출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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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개를 죽여서 식용으로 판매하는 개시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던 개가 새끼들을 낳았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2일 페이스북에 ‘경이로운 생명의 탄생을 함께 축복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새끼를 낳은 어미 개가 젖을 먹이고 있는 장면 등을 담은 사진 석 장을 올렸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7월1일 구포 가축시장에서 구조된 개가 어제 새벽 경주보호소에서 새끼를 낳았습니다. 생명을 구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켰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디디고 있는 이 귀한 생명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든든한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참 기쁩니다”고 했다.

경주보호소에서 새끼를 낳은 개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동물보호단체가 구포 개시장에서 구조한 개 86마리 가운데 하나다. 동물보호단체는 구조된 개들 가운데 아픈 개들은 가축병원으로 보내고 정상인 개들은 경주보호소와 춘천보호소로 옮겼는데 새끼를 낳은 개는 1일 우리에서 구조돼 경주보호소로 옮겨져 입양을 기다리던 중 21일 새벽 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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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낳은 개의 이름은 눈송이다. 경주보호소 직원들이 이름을 지었다. 눈송이는 11마리를 낳았는데 3마리는 출산 직후, 3마리는 22일 죽어서 5마리가 생존했다고 한다.

동물자연연대 부산지부의 심인섭 팀장은 “개가 임신하면 두 달 뒤 출산하기 때문에 눈송이는 구조될 때 임신한 지 한 달가량 됐다고 보면 된다. 눈송이가 구조되지 않았다면 7마리의 새끼들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쁨이 2배다. 구포 개시장 폐쇄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려준 부산시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앞서 5월30일 부산시는 북구 구포동 구포시장 안 개시장을 폐쇄하기 위해 식용 개 판매업소 10여곳과 협약을 체결했다. 식용 개 판매업소들에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식용 개 판매업소들은 지난 1일부터 개 도축을 중단하고 11일 완전히 폐업한다는 내용이었다.

잠정협약 체결 뒤 동물보호단체들은 한 마리라도 더 살려내기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판매업소들을 설득시켜 도살 직전의 개들을 구출했다. 지난달 21~30일 36마리, 도축금지일인 지난 1일 50마리를 구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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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 개시장은 한국전쟁 직후 생겼다. 식용 개 판매업소가 70여개로 늘어나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대구 칠성시장과 함께 개를 도축해서 판매하는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렸다. 구포 개시장 판매업소가 10여곳으로 줄어들었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표적이 됐다. 2017년 8월 식용 개 판매업소의 한 직원이 우리를 탈출한 개의 목에 밧줄을 걸어서 질질 끌고 가는 동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동물보호단체와 애견가들이 주말마다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구포 개시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반려동물복지센터, 반려견 놀이터, 문화광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모란시장은 구포 개시장보다 먼저 도축이 금지됐지만 개고기 판매는 하고 있다. 칠성시장은 전국 유일의 도축·판매 개시장으로 남았다. 동물보호단체들은 12일 칠성시장에서 개시장 폐쇄 촉구 집회를 열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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