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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버클리에서 '맨홀' 사라진다…"성(性) 중립어만 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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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 시의회, 만장일치로 '성중립어' 조례 통과

"문법적 오류·예산 낭비" 등 반발 여론도

뉴스1

지난 19일 오후 10시47분 119 소방대원이 제주시 도남동 한 도로에서 하수가 역류해 뚜껑이 열린 맨홀 뚜껑을 살펴보고 있다.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2019.7.19/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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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앞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에서는 남성(man)과 구멍(hole)이 합쳐진 맨홀(Manhole)은 정비구멍(Maintenece hole)으로, 자매나 형제(Sisters and brothers)는 형제자매(siblings)로 대체된다. 한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를 쓸 경우라도 그(he)나 그녀(she)가 아닌 그들(they)이라는 대명사를 사용해야 한다.

2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버클리 시의회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실시된 1차 투표에서 특정 성별을 연상케 하는 단어를 성중립적 표현으로 바꾸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 조례는 교통과 보건 및 안전 규정, 쓰레기 수거, 환경 규칙, 건설 허가 등 모든 도시 사업 분야에 적용된다.

이번 조례의 주요 발의자인 로리 드로스테 시의원은 "시의회의 결정은 동등한 기회와 대표성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당신의 성별은 당신이 일을 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과 제3의성(여성도 남성도 아닌 트렌스젠더나 젠더 퀴어에 속하는 사람)도 정확하게 표현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출신인 소피 한 버클리 시의원은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번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회장(chairman)이라는 직함이 자신을 지칭할 수 있는 것인지 여전히 확신하지 못한다는 한 여성 대표의 예를 들었다.

시의회 내부에서는 별다른 논쟁이 없었지만 반대 여론도 나오고 있다. 드로스테 의원은 "버클리 시청으로 조례 개정에 반발하는 전화와 이메일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문법적 오류란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지난 2월 말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 노스스타 자치구가 시티코드에서 '그'(he/his/him) 대신 '그들'(they/their/them)으로 개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을 때도 "언어를 혼란스럽게 한다. 언어에 대한 '고문'(torture)"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언어학과 학과장인 키스 존슨 교수는 "최근 수년동안 영어가 성별을 구별짓는 용어에서 벗어나 진화하고 있다"며 "사회가 변화하면서 언어도 바뀌어야 한다는 압력이 점차 거세질 것이다. 단어에서도 세대 교체가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성별을 연상케 하는 단어를 행정 용어에서 삭제하는 움직임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필라델피아에서는 주민 3분의 2 지지를 얻어 시 헌장에서 '시의원'(councilmen)을 '시의회 의원'(council members)으로 교체했고, 지난달 오리건주 멀트노머 카운티도 시 조례에서 '그'를 '그들'로 변경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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