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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기 탑재 가능한 '한국형 항모' 건조 사업, 첫 삽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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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력소요에 항모 사업 첫 포함

2020년대 후반 건조사업 착수 예상

F-35B 20대 미국서 도입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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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진수한 대형수송함 2번함인 마라도함'(LPH-6112). 한국형 항모는 마라도함보다 크기를 더 키워 스텔스 전투기인 F-35B를 태울 예정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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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2020년대 후반 스텔스 전투기를 태운 한국형 항공모함을 건조하는 사업이 시작된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2일 박한기 합동참모의장과 3군 참모총장이 참석한 합동참모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장기전력소요’가 결정됐다. 2026년 이후 전력 도입사업의 밑그림을 짜는 이번 장기전력소요엔 ‘대형수송함-Ⅱ 사업’이 포함됐다. 대형수송함-Ⅱ는 독도함과 마라도함(이상 만재 배수량 1만9000t)에 이은 제3의 대형수송함을 뜻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대형수송함-Ⅱ는 주변국을 고려해 대형수송함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실질적으로 항모”라고 말했다. 항모 사업이 장기전력소요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소요검증을 거쳐 예산이 반영되는 국방중기계획서 논의 단계를 거치게 됐다. 일각에선 항모 건조는 예산을 많이 들기 때문에 타군의 견제가 심하고,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군 소식통은 “청와대의 관심 사항이기 때문에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예산 배정까지 끝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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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군의 항공모함인 퀸엘리자베스함에서 F-35B가 스키점프대에서 도약해 이륙하고 있다. 스키점프대 방식은 캐터펄트(사출기) 설치 공간이 부족한 항모에 많이 쓰인다. 한국형 항모에도 스키점프대가 장착될 예정이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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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점프대 방식 항모 추진

중앙일보 취재결과 현재 추진 중인 한국형 항모는 4만t급 안팎이며, 스키점프대를 장착한다. 육상 기지보다 활주로가 짧은 항모는 캐터펄트(사출기)로 함재기를 쏘다시피 하늘로 띄운다. 그런데 중(4만t급)ㆍ소형(2만t급) 항모의 경우 사출기를 설치할 공간이 부족해 대개 스키점프대로 대체한다. 함재기가 전속력으로 갑판을 질주한 뒤 스키점프대에서 도약해 이륙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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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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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전투기 F-35B 탑재 추진

한국형 항모엔 F-35B 16대가량을 실을 계획이다. F-35B는 헬기처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해군이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운용할 수 없기 때문에 F-35B는 공군에게 줄 것”이라며 “육상 기지에서 배치되다 항모가 출동할 경우 항모로 옮겨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7만t급 항모를 1척을 갖고 있고, 앞으로 1척 더 보유할 영국도 F-35B는 공군 소속이다.

항모용 F-35B는 공군의 FX(차세대전투기)-2차 사업을 통해 마련될 전망이다. 이 사업은 F-35 20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이다. 당초 F-35A(미 공군형)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F-35B(미 해병대형)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며 9월 중순께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군 당국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때인 지난해부터 항모 도입 사업을 준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방개혁 토론회에서 “남북관계가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불특정하고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강력한 국방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불특정하고 다양한 위협’은 최근 군사력을 빠르게 키우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귀띔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여러 번 자주국방 차원에서 “항모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미ㆍ중 갈등과 동북아 안보환경이 악화하고 있고 앞으로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며 “특히 수입과 수출 등 무역이 이뤄지는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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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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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항모 3국지

중국과 일본은 이미 항모 전력 확보에 나서고 있어 뒤이어 한국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중국은 러시아제 항모를 사 온 뒤 고친 랴오닝(遼寧)함(6만7500t) 1척이 있다. 중국은 7만t급 항모 2척을 짓고 있으며, 이 중 1척이 취역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3척을 더 건조해 모두 6척 보유가 중국의 목표다. 핵추진 항공모함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에 맞서 헬기 호위함인 이즈모함과 가가함(이상 2만7000t)을 항모로 바꾸는 작업을 내년 시작한다. 일본은 모두 42대의 F-35B를 사들일 예정이다. 미국은 이런 일본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권태환 전 주일대사관 무관은 “일본 정부가 무인도인 마게시마(馬毛島)를 매입해 훈련장을 마련하면 미ㆍ일은 이곳에서 함재기 훈련을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군, 90년대부터 항모 추진

해군은 1990년대부터 항모를 추진했다. 94년 고철용으로 들여온 옛 소련의 소형 항모인 민스크함을 해체하면서 항모의 구조를 공부했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은 “김영상 정부 시절 앞으로 항모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소형항모 도입을 계획했다”면서 “그런데 ‘항모가 왜 필요하냐’는 반대 의견이 거셌다”고 말했다.

그러다 97년 외환위기로 항모는 무산됐다. 그럼에도 해군은 항모를 포기하진 않았다. 안병태 전 총장은 “대형상륙함인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유사시 수직이착륙 전투기인 해리어 8대를 나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모는 해군의 숙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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