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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조선 나포’ 때 영국 군함-이란 경비정 무전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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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항로 변경 지시 따르면 무사”

영 호위함 “공해 항행, 막으면 불법”

“국제법 준수 확인해달라” 요청 불발

총리 선출 앞두고 영 집권당 책임공방

외교적 해결론 우위속 비상 내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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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해군이 영국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를 나포할 당시 이란 경비정과 영국 호위함이 주고 받은 무전 교신 내용이 공개됐다. 이란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선박 나포를 강행했고, 영국은 이란 쪽에 ‘국제법 위반’을 거듭 경고했으나 자국 호위함이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집권 보수당은 차기 총리에 오를 당 대표 경선 투표 마감이 눈 앞에 다가온 가운데 벌어진 악재를 두고 책임 공방에 휩싸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 영국의 해상안전관리업체 드라이어드 글로벌이 입수한 교신 녹음을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경비정은 먼저 스테나 임페로호에 “지시에 복종하면 무사할 것이다. 항로를 즉각 바꾸라”고 요구했다. 반면 인근 해상에 있던 영국 해군 호위함 몬트로즈호는 스테나 임페로호에 “귀 선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해협을 ‘통과통항’중이므로, 국제법에 따라 항행을 방해받거나, 차단되거나, 제한될 수 없음을 반복(해 통보)한다”고 알렸다. 자국 호위함과 이란 경비정의 상반된 통보에 대한 스테나 임페로호의 대답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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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몬트로즈호는 이란 쪽에 “그 선박(스테나 임페로호)의 불법 장악을 시도함으로써 국제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영국 쪽은 이 교신에서 “플리즈(please; 부디, 청하건대)”라는 정중한 단어까지 써가며 이란의 영국 유조선 나포를 막으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란 경비정의 지휘관은 “우리는 안보상의 이유로 그 선박을 점검하길 원한다”고 응답했다. 영국 국방부는 사건 당시 영국 호위함이 스테나 임페로호에서 60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영국 유조선이 자국 어선과 충돌하고도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나포 이유를 댔으나, 공개된 무전 교신에선 그런 언급이 나오지 않는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나포 이유를 둘러싼 진실 공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란 국영 <프레스 티브이(TV)>는 “23명의 선원이 배에서 내려와 조사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4일 영국 해군은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향하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를 영국령 지브롤터 해역에서 나포했으며, 이란은 보복 대응을 예고해왔다.

영국에선 차기 총리를 선출하게 될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자국 유조선 나포 사태가 미칠 파장과 향후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22일 국가안보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해 해결책을 논의했다. 영국 정부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원칙으로 내세우면서도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등 다른 압박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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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21일 <비비시>(BBC) 방송에 “사태를 풀기 위해 모든 가능한 외교적 경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제재를 포함한 이란 제재는 이미 시행중이며 어떤 제재가 추가될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안 던컨 스미스 의원은 “이번 사태는 정부의 중대한 실패로, 매우 신속한 대응을 했어야 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해먼드 장관은 “정부는 가장 중요한 것에서 눈을 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토비아스 엘우드 국방장관도 <스카이 뉴스>에, 영국 해군이 전역에서 국익을 관리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지만 국적 선박 보호에 태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리처드 버건 예비내각 법무장관은 “영국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수가 되는 걸 피해야 한다”며, 미국이 벌이는 이란과의 분쟁을 영국이 거드는 것은 이라크 전쟁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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