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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분수대] ‘입 큰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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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승현 논설위원


유치해도 ‘뼈 때리는’ 가르침을 주는 게 우화(寓話)의 매력이다. 최근에 접한 ‘입 큰 개구리의 음악회’가 그랬다.

동물 합창을 지휘하던 코끼리는 입 큰 개구리가 큰 목소리로 틀리는 것을 발견했다. 자존심이 상할까 봐 “거기 ‘입 큰 동물’, 악보 잘 보고 따라 하세요”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입 큰 개구리는 “악어야, 너 조심하래”라고 했다. 실수는 반복됐고 코끼리가 다시 “입 크고 물에서도 육지에서도 사는 동물, 또 그러면 쫓아냅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눈물을 훌쩍이며 “하마가 불쌍해서 어떡해”라고 했단다. 자기 오류는 모르고 남의 잘못만 보는 이의 황당한 처신을 우화는 지적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대학 시절 별명이 ‘입 큰 개구리’라고 한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방송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는 그의 모습이 우화 속 별명과 오버랩 된다. SNS에 올린 글은 “나는 절대로 틀리지 않아”라고 하는 것 같다. 지식과 소신, 애국심과 책임감에서 나온 행동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선뜻 박수가 안 나온다. ‘무도(無道)’한 백성의 한계인가.

또 다른 개구리 이야기. 예수회 신부이자 심리학자인 앤서니 드 멜로(1931~1987)가 쓴 『개구리의 기도』에 나오는 일화다. 깊은 산속 움막에서 기도하던 수도사는 시끄러운 개구리 울음소리에 화가 났다. “왜 수도사의 기도를 방해하느냐. 조용히 해”라고 창밖으로 소리쳤다. 그러길 몇 차례, 갑자기 들려온 신의 음성에 수도사는 깨달음을 얻었다. “왜 혼자만 기도한다 생각하느냐. 개구리는 기도하면 안 되는가.” 생각을 바꾸면 개구리 소음도 기도로 들린다. 대통령의 성공을 기도하는 최측근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지혜 아닐까. 특히 조 수석이 참고했으면 한다.

김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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