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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차세대 화웨이 키운다, 중국판 나스닥 '커촹반'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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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벤처 증시 문 열자 급등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이 정식 출범한 22일. 오전 9시 30분에 거래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안지테크(安集科技)라는 반도체 재료 업체 주가가 공모가 대비 520% 급등해 243.2위안(약 4만16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커촹반에 상장한 25개 업체의 주가는 거래 시작과 동시에 일제히 급등해 평균 주가 상승률이 140%에 달했다. 거래 첫날 하루 동안 200% 이상 오른 곳이 4개였고, 13개가 100% 이상 올랐다(오후 3시 마감 기준). 이 기세에 커촹반의 시가총액은 한때 6000억위안(약 102조7140억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이날 커촹반으로 증시 자금이 몰리면서 상하이증시는 전날보다 1.3% 가까이 빠지는 등 약세를 보였다. "주가 급등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커촹반이 데뷔 첫날부터 '대박'을 터뜨리며 잠잠하던 글로벌 증시에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 중 혁신 기업 수혈 창구

커촹반은 중국 최대 주식시장인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신설된 기술·벤처기업 전용 증시다. 기존 상하이·선전거래소와 달리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을 통해 자본 조달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일보

22일(현지 시각)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출범 기념식에서 리창(李强·중간 왼쪽) 상하이시 당서기와 이후이만(易會滿·중간 오른쪽)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개장을 알리는 징을 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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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촹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나스닥과 같은 혁신 기술 전용 주식시장을 추가로 개설하겠다"고 밝힌 뒤 260여일 만에 초고속으로 문을 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미·중 무역 전쟁을 대비해 커촹반의 출범을 준비해왔다. 자본시장을 활성화시켜 전방위로 제재를 받는 자국 첨단 기술 기업에 자금 조달 창구를 열겠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무역 전쟁에서 국내 첨단 사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이 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커촹반의 출범을 서둘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커촹반은 중국 증시에서 보기 드물게 정부 개입이 최소화된 주식 거래소다. 기존 중국 증시가 엄격한 기업공개(IPO) 허가제를 운영했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등록제 방식을 적용시켰다. 실제로 상하이증권거래소 A주는 허가제를 운영하며 지난해 57개의 기업만 상장 심사를 통과했다. 등록제를 적용한 홍콩증시(143개 상장)의 40%수준인 것이다. 등록제를 적용함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에 수년이 필요했던 상장 절차를 6~9개월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성장성이 보장된다면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기도 했다.

현지 기술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현재까지 총 141개의 기업이 상장 신청을 했고, 22일 상장한 25개 기업의 총 공모 금액은 370억위안(약 6조3226억원)을 돌파했다. 블룸버그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커촹반이) 하반기에는 추가로 160여개의 기업이 상장하며 164억달러(19조원) 규모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선 커촹반에 상장한 기업들이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커촹반에 상장한 25개 기업의 PER(주가수익비율·높을수록 고평가)은 평균 49.16배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암묵적으로 기업의 PER이 25배를 넘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었지만, 커촹반에서는 이 같은 규제도 없애버렸다.

25개 기업 중 PER이 가장 높은 회사는 반도체 설비 회사인 중웨이(AMEC)로 신주 발행가(29.01원)의 PER이 170.75배에 달한다. 중국 관영 신화망은 21일 "25개 기업 중 21개 기업의 주가가 과도하게 높게 평가됐다"며 "과열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커촹반 '1호 상장 기업' 살펴보니

커촹반에 상장한 25개 기업을 살펴보면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하려는 기술 분야를 가늠할 수 있다. 25개 기업 중엔 컴퓨터·통신·반도체 등 전자기기 관련 업체가 9곳(36%)으로 제일 많았고 첨단설비 제조업체가 8곳(32%), 우주항공·철도·선박 관련 업체가 3곳(12%)으로 뒤를 이었다. 이날 주가 상승 폭이 가장 높은 업체들은 주로 반도체 관련 업체들로, 안지테크에 이어 반도체 설계 설루션 업체 란치커지와 중웨이의 주가가 200% 이상 널뛰었다. 이 업체들은 대부분 연간 매출 1000억~2000억원대를 기록하는 스타트업이지만, 매출 성장 폭은 적게는 10~20%, 많게는 100~200%씩 기록하고 있다. 25개 업체가 지난해 R&D(연구개발)에 사용한 총비용은 30억9800만위안(약 5399억원)에 달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이 스타트업들을 '차세대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로 육성할 계획으로 커촹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커촹반은 자격 조건이 엄격해서 일정 자격을 갖춘 국내외 기관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다. 개인의 경우 중국인은 50만위안(약 8500만원) 이상 보유해야 하는 등 전문 투자자만 가능하며, 외국인은 아직까진 직접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기관투자가를 통한 간접투자는 가능하다.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신설한 첨단기술 벤처 전용 주식거래시장. 영어 명칭은 STAR (Sci-Tech innovation board) 마켓이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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