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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한국 농구 망하고 있다, 선수가 봐도 재미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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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하승진 유튜브서 쓴소리

"권위적 지도자·강제 훈련 때문에 다양하고 창의적 전술 실종"

"이게 한국 농구가 처한 현실이야. 망해가고 있다는 말이 정확한 표현이야."

지난 5월 현역 은퇴한 역대 최장신(221㎝) 센터 하승진(34)이 한국 농구를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22일 새벽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국 농구가 망해가는 이유'라는 제목의 14분여짜리 영상을 올렸다. 권위적인 지도자, 강압적인 분위기, 일관성 없는 리그 행정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선일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 농구의 문제점을 꼬집는 하승진. /하승진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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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은 영상에서 "한국 농구는 선수가 봐도 재미가 없다"는 직설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권위적인 지도자와 강제 훈련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강압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 때문에 늘 지친 상태로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재미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지도자들이 자기만족을 위해 선수들이 괴로워할 때까지 훈련을 시킨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율 야간 훈련을 실시한다고 해놓고, 감독이 숙소에서 체육관 가는 길목에 서서 누가 훈련하고 누가 안 하는지 감시하듯 지켜본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하승진은 2004년 미 프로농구(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입단하며 프로 데뷔했다. NBA 코트를 밟은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이다. 2008년 한국 무대로 돌아와 그 시즌 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9시즌 동안 전주KCC의 간판선수로 활약했다. 2018~2019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KCC와 재계약이 불발되고 지난 5월 은퇴를 선언했다. 7월부터는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무대를 경험해본 그는, 국내 농구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전술이 나오지 않는 것도 강압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하승진은 "어린 선수들이 화려하게 플레이하면, 선배들이나 코칭스태프는 '외국인 선수한테 패스나 해'라고 한다"며 "대학에서 재미있게 운동하던 선수들도, 프로에 오면 코칭스태프가 시키는 플레이만 하는 바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프로농구처럼 해마다 규정이 바뀌는 리그는 없을 것"이라며 "오죽하면 선수들도 헷갈리는데, 팬들은 어떻겠나"며 일관성 없는 리그 운영도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연고지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전국 농구 팬들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는 영상 마지막에 "팬이 없으면 프로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알고 팬서비스로 보답해야 한다"고 현역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이 영상은 22일 오후 기준 조회 수가 21만2000회를 넘고, 11만여개의 추천을 받았다. 댓글은 2800여개가 달렸다. 댓글은 대부분 하승진의 지적에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속이 시원하다' '농구판의 꼰대 문화를 바꿔야 한다' '농구뿐 아니라 야구나 축구도 마찬가지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승진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들이지만 내부에서는 쉽게 꺼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은퇴한 내가 나선 것"이라고 영상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기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순화되고 다듬어지더라"며 "더 날카롭게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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