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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실리콘밸리 리포트] 실리콘밸리에 푸드테크 열풍…자금·인재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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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열린 `푸드테크2.0` 행사에 진열된 식물달걀 `저스트에그`를 요리로 만든 모습.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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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세요. 영양가가 많아서? 먹으면 힘이 나기 때문에? 아닙니다. 맛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맛을 위해 인류는 매우 비효율적이고 잔인하게 칼로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만일 식물로 만든 고기라 하더라도 (동물로 만든 고기보다) 맛이 있고 싸다면 굳이 동물로 만든 고기를 먹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난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한 공유오피스. '기술과 혁신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시민이니셔티브(Sifi)'라는 공공기관이 주최한 '미래를 위한 음식 2.0' 행사에 참석한 브루스 프레드리히 굿푸드인스티튜트 설립자는 이렇게 말했다. 200여 명을 위한 좌석과 음식이 마련돼 있는 행사장에는 300여 명이 들어차 푸드테크에 대한 열기를 반영하는 듯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일원이자 중동의 대부호 중 한 명인 알 왈리드 빈 탈랄의 아들인 칼리드 빈 탈랄 왕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채식주의자이기도 해 '채식왕자(Vegan Prince)'로 불린다.

칼리드 왕자는 이날 행사에서 패널로 참석해 "푸드테크 기업들이 성공할 것을 확신한다"며 "올해 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푸드테크 관계자들이 모인 이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드 왕자가 이끄는 KBW벤처스는 푸드테크 관련 기업들에 활발하게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최근 상장한 '비욘드미트'나 배양육을 생산하는 스타트업 '멤피스미트' 같은 떠오르는 신흥주자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칼리드 왕자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는 최근 가히 푸드테크 열풍이라고 할 만큼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금과 인력이 몰려들고 있다.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와 같은 성공 사례 덕분에 관심이 집중되는 효과도 크다. 버거킹에 식물로 만든 고기를 납품하는 임파서블푸드는 납품처를 늘리면서 한때 공급 부족에 시달렸을 정도다. 최근 상장한 비욘드미트는 주가가 올해 5월 상장 이후 한때 5배 가까이 오르면서 소위 '대박'을 기록했다.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는 모두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 패티를 제조하고 있는데, 현재 납품처가 미국 전역에 2만곳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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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음식 2.0` 행사에 참석한 칼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맨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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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스트레이도그캐피털' '뉴크롭캐피털' 등과 같이 전문적으로 푸드테크에만 투자하는 벤처투자회사들도 실리콘밸리에서는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푸드테크 기업도 200여 곳이 실리콘밸리에 포진돼 있다. 제2 비욘드미트를 노리는 곳은 식물 기반 달걀을 만드는 회사 '저스트에그.' 현재 미국 주요 마트에서 활발하게 팔리고 있으며, 실제로 먹어보면 달걀과 유사한, 어쩌면 달걀보다 더 나은 것 같은 맛을 선사한다. 이 회사는 리자청 홍콩 청쿵그룹 회장, 야후 공동창업자인 제리 양 등에게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 실리콘밸리에는 동물의 고기 세포를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 배양해 키운 '배양육'을 만드는 '멤피스미트', 닭고기와 같은 맛이 나는 식물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섬싱배터푸드', 해바라기씨 기름 등으로 우유를 쓰지 않고도 치즈와 같은 맛을 만들어 낸 'NUMU비건치즈' 등과 같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들이 많이 섭취하는 치킨너깃과 비슷한 맛을 내면서 냉동 보관 방법도 유사한 '리벨리어스', 탄산수에 차를 발효시켜 음료로 만든 콤부차 관련 스타트업 '노바이지콤부차' 등 생각하기 어려웠던 푸드테크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식물을 기반으로 고기를 제조하는 스타트업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은 성장을 기본적으로 지향해야 하는데, 이들은 대량으로 고기를 제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아직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비욘드미트'가 캐나다에서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환호하며 비욘드미트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플래카드를 써붙였지만, 정작 고기가 없어서 김이 빠지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앨슐러 말렉 뉴크롭캐피털 파트너는 "(이들 스타트업이 만드는 고기는) 단지 맛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에 도전 과제 중 하나가 급격히 늘어나는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대량생산 기술이라는 얘기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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