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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T] "데이터분석 격차 줄여야"…AI교육에 1.1조원 통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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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빅데이터 증가로 인해 분석 기술 격차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습니다. 기업, 학교,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이 AI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미국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SAS 창립자 짐 굿나이트 대표는 인공지능(AI) 교육 분야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SAS는 전 세계 약 8만3000곳의 기업, 학교, 정부 및 공공기관 등에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는 기업이다. 매출 3조8000억원으로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선두그룹으로 꼽힌다.

굿나이트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AI 교육에 '통 큰'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SAS는 매년 연구개발에 동종 업계 평균(매출의 12.5%)의 2배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AI 교육 투자도 대폭 강화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최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난 굿나이트 대표는 "한국 정부도 AI 대학원을 신설하고 4차 산업 인재 육성에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정부, 기업, 대학은 AI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긴밀히 협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굿나이트 회장이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AI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데이터 위력을 40여 년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교의 작은 연구실에서 SAS를 탄생시켰다. 197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농업학부에서 개발한 농작물 수확량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시작이었다.

굿나이트 회장은 "1976년은 기업들이 데이터가 가진 가치에 대해 막 이해하기 시작한 때였다. 이를 시작으로 우리는 실용적인 분석을 보다 광범위한 문제 해결에 적용해나갔다"고 회고했다.

올해 콘퍼런스에서는 데이터 분석으로 의료, 교육 난제를 해결한 케이스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의료센터는 대장암 진단과 치료에 SAS의 AI 이미지 인식 솔루션을 이용했다. 항암 화학요법 전과 후의 암 병변 부피를 비교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요법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또 환자들의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 데이터가 딥러닝 기술과 결합돼 환자의 향후 암 병변 크기를 예측하고 이를 자동으로 평가하는 체계까지 구축했다. 결과를 알기까지 오래 걸리던 기존 검사 방식에 비해 획기적으로 성능을 개선한 것이다.

데이터로 아동학대도 막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뉴하노버카운티 사회복지부는 아동의 정신의료 진료 기록, 가구별 채무, 부모의 교육 수준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며 아동의 '학대 위험 점수'를 개발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고, 이를 경찰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SAS는 데이터 분석이 전 분야로 확산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자사 교육용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인 'SAS 바이야 포 러너스'를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습자용 SAS 바이야(SAS Viya for learners)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

굿나이트 회장은 "데이터마이닝, 딥러닝 등 첨단 AI 주제와 관련해 최상의 온라인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은 분석 전문성을 강화해 분석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맞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교육기관과 SAS 협업도 활발하다. SAS 소프트웨어는 한국 100여 개 대학교를 포함해 전 세계 3000여 곳의 고등 교육기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SAS는 공동 자격 인증 프로그램을 체결한 학교는 SAS와 해당 고등 교육기관 교수진이 직접 협력해 학위와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국내에서는 고려대 세종캠퍼스, 연세대 원주캠퍼스, 단국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SAS 공동 자격 인증 프로그램을 2018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김기환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는 "수업 시간에 SAS 분석 툴을 활용해 다양한 데이터를 직접 다뤄볼 수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분석 능력은 오늘날 모든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제1의 조건이 됐다. SAS 공동 자격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졸업 후 각자 원하는 분야에서 인사이트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대학과 협업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굿나이트 회장은 기업들이 AI와 데이터 과학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산학 협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SAS도 인재를 구하기 위해 미국 파트너 기업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캠퍼스 리크루팅에 나선다. 또한 학교들과 협력해 통계 관련 단과대학에서 학생을 훈련시키기 위해 다양한 분석 수업을 만든다

굿나이트 회장은 "기업이 AI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학과 산학 협력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재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현장에서는 교육을 통해 업계 실무자의 역량을 학습·개발시키는 것"이라면서 "더욱 강력한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학계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도 지역 내 기업과의 산학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 '윈윈'이다. 굿나이트 회장은 "학생들이 실제 비즈니스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기업은 실제 데이터를 수업에 제공하고 학생들의 연구 결과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업은 자사 비즈니스 과제를 경험한 분석 전문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대학은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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