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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Mobile World] 디지털시대 기업의 생존법…"고객경험 실시간 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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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 세계 전역에서 커피 전문점의 대명사로 떠오른 '스타벅스'는 원래 미국 시애틀에서 커피 원두를 파는 가게였다. 유럽의 카페 문화에 심취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전 최고경영자(CEO)가 1987년 이를 인수하면서 매장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슐츠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커피 원두(아라비카 원두 기준) 가격은 파운드당 1달러 정도로,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커피 한 잔을 팔았을 때 농부에게 돌아가는 돈은 2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기에 유럽의 카페 경험, 다양한 고객 경험이 더해지면 세계 3만개 매장의 스타벅스 고객들은 한 잔에 5000원가량 되는 커피를 기꺼이 소비한다.

# 미국에서 택시는 잡기 귀찮고, 현금 혹은 카드로 요금과 팁을 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서비스였다. 우버, 리프트 등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기업은 호출·경로 설명·결제까지 모든 것을 앱 하나로 가능하게 했다. 기존 택시기업들이 소비자 불만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이, 우버와 리프트가 5년 만에 미국 시장 71%를 점유한 것은 택시 소비자의 경험을 현저히 개선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와 우버는 기존 서비스보다 가격이 높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경험 경제'란 이같이 소비자들이 단순히 값이 싸거나 양이 많은 상품·서비스를 고르지 않고, 구매 과정 전반에서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는 쪽을 택하는 현상을 뜻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디지털화를 통해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 기업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때문에 고객 경험 개선은 기술 기업뿐 아니라 항공사·은행·제조업 등 다양한 전통 산업 영역에서도 지상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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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혁신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차량 호출 애플리케이션 `우버`


문제는 많은 기업이 소비자가 느끼는 경험을 빠르게 파악하고 분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컴퍼니 조사 결과에 따르면 80% 기업이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이에 동의하는 고객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험 격차'를 극복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SAP는 이런 격차에 따른 기회가 향후 1조6000억달러(약 1854조원) 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니퍼 모건 SAP 클라우드비즈니스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SAP 이그제큐티브 서밋'에서 "앞으로 경험을 관리하는 것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는 운영 데이터는 잘 활용하고 있지만, 왜 일어났는지 알려주는 경험 데이터 활용에는 고전하고 있어 이런 경험 격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경험 격차를 극복하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은 특별한 소수만 할 수 있는 것일까. SAP와 경험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회사 '퀄트릭스'는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일반화된 기업 환경에서 누구나 고객의 경험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험 격차를 줄여 경쟁력을 높이는 '경험 관리' 성패는 경험 데이터 확보·분석에 달렸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나이, 성별, 지역 등 운영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고객의 반응을 '예측'했지만, 이는 정확한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아내기는 어렵다.

라이언 스미스 퀄트릭스 대표는 "17년 전 퀄트릭스를 창업했을 때 경험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확산 등 기술 발전으로 언제든지 경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이전에는 기업들이 외주를 주거나 1년에 한 번 경험 관리를 했지만, 지금은 경험이 좋지 않으면 회사가 끊임없이 하락하게 될 것"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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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통신, 은행, 카드사 등 다양한 기업이 경험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해 경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미 세계 1만개 이상 기업이 퀄트릭스 솔루션을 이용해 제품 기획, 브랜드 경쟁력 강화 등에 활용한다. 미국 포천이 선정한 100대 기업 가운데 75% 이상이 퀄트릭스 고객사다. 11일 행사에서는 경험 관리를 선제 도입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경험담도 소개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에 대해 가장 모르는 것은 CEO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 반응이 나의 입장, 생각과 다르다"며 "지속적으로 경험 데이터를 뽑아내는 퀄트릭스로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퀄트릭스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기존에 기업이 수집해 활용해온 운영 데이터와 경험 데이터를 결합할 경우 기업을 운영하는 데 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SAP가 지난해 11월 9조원에 퀄트릭스를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SAP는 기업 내 생산·물류·재무·회계 등 경영 활동을 통합 관리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선도해왔다. SAP는 이달 퀄트릭스의 경험 관리 솔루션을 국내에도 출시해 고객사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운영 데이터와 경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모건 회장은 "기업들이 고객 설문조사, 소셜 미디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열심히 고객 경험을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보를 조각조각 모아두어도 연결돼 있지 않으면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SAP 플랫폼이 쌓아온 기업 솔루션 기술·노하우와 퀄트릭스 경험 관리 역량이 더해지면 강력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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