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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본 진출 IT 업체들 “괜한 불똥 튈라”… 간편결제 출시 늦추고 홍보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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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회째 일본 캠프 준비하는 스타트업은 “국내 여론 눈치”
한국일보

지난달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 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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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관계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일본에 진출한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이 서비스 출시 일정을 조정하거나 서비스 홍보를 자제하고 있다. 우리 IT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심화되고 있는 일본 내 혐한 기류에 이어 이번 무역 분쟁이 일본 내 서비스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22일 IT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불똥은 불매운동의 핵심인 일본 여행과 직결된 간편결제 서비스에 떨어졌다. 17일 일본 후쿠오카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서 첫 국제 결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별다른 홍보 없이 조용히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제 보복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일본 내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가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 여행 때 환전할 필요가 없다”며 홍보에 열을 올린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7월 중 일본 서비스 개시를 공언했던 NHN의 페이코는 ‘서비스 안정화’를 이유로 출시일을 늦춘 상태다. 페이코 관계자는 “일정이 다소 늦어졌지만, 가맹점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서비스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한일관계 악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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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일본 도쿄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주최한 '재팬 부트캠프 2018' 미니 데모데이.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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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일본이 아닌 국내 분위기를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 일본과 엮여있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 확장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이 일본 투자자 및 대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일본 진출 기회를 모색하도록 돕는 행사 ‘재팬 부트캠프’를 6회째 주최하고 있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측은 예정대로 오는 9월 도쿄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지만, 일본보다는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금은 일본과는 어떤 일도 같이 하지 말라는 분위기인데, 9월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일본에) 함께 가는 스타트업들이 위축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 년 전부터 거세지고 있는 혐한 감정 때문에 일본 내에서 한국 기업임을 내세우는 것은 ‘금기’로 여겨졌다고 말한다. 때문에 일본 진출 과정에서 처음부터 아예 서비스명을 바꾸는 기업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국내 명함 관리 앱 1위 ‘리멤버’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자회사 드라마앤컴퍼니는 지난해 일본에 진출하며 서비스 이름을 바꿨다. 서비스 제공 업체명도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일본 현지 법인 ‘라인’을 내세웠다. 일본 내 월간 실사용자 수(MAU)가 7,5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라인을 이용해 심리적 거리감을 낮춘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운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더욱 안 좋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IT 서비스는 ‘메이드 인’ 딱지가 붙지 않는 만큼 국적에 따른 영향은 크게 없다고 보지만, 소비자들의 입소문이나 이용 경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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