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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국내 아트페어 수는 늘어나는데… 어, 이번에도 비슷한 작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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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질적 성장 제자리
한국일보

지난 5월31일부터 6월2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된 아트부산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아트부산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내 아트페어 평가에서 49개 아트페어 가운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3등급을 받아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트부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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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아트바젤 홍콩에는 닷새라는 짧은 행사 기간에 8만8,000명의 미술 애호가들이 몰렸다. 2013년 첫 행사 이후 역대 최다 관객 수 기록이다. 작품 판매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8만명이 방문한 지난해와 비슷하게 올해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상하이를 ‘미술 특구’로 키우면서 아트바젤 홍콩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지만, 이미 세계적 위상을 굳힌 이 행사의 영향력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게 미술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무관세 지역이라는 점이 큰 성장 동력이나 참가 갤러리와 작가에 대한 엄격한 심사, 치밀한 기획을 기반으로 한 체계가 있는 덕분이다.

한국 역시 세계적으로 아트페어가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2002년 첫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개최돼 국내외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은 이후 최근까지 연간 40개가 넘는 아트페어가 열릴 정도다. 수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작가들이 기량을 뽐내는 기회가 많아져야 하지만, 미술계에선 아트페어의 더딘 질적 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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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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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아트페어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이후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8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2009년 32개였던 국내 아트페어 수는 8년 만인 2017년 49개로 53.1% 늘었다. 한 해 638억원어치(2017년 기준)의 작품이 이들 아트페어에서 팔릴 정도로 미술 시장 내 비중이 상당하다.

문제는 아트페어 내부의 다양성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각 아트페어에 소개되는 작가, 작품은 거의 비슷하고 새롭게 제시하는 미술 시장 담론이나 트렌드는 사라진 지 오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처음 발표한 아트페어 평가(1~5등급)에서 1, 2등급을 받은 행사가 없는 이유다. 아트부산과 KIAF 2개만이 3등급을 받았다. 국내 개최 아트페어의 연간 매출액이 2009년(아트페어 수 32개) 117억6,400만원에서 2014년(35개) 167억2,800만원으로 늘었다가, 2017년(49개) 다시 116억9,2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이 같은 문제와 무관치 않다.

국내 아트페어의 질적 성장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는 장기 기획이 부재하다는 점이 꼽힌다. 작품성보다는 대중성을, 담론 제시보다는 손해를 면하는 단기 전략에 초점이 맞춰있다는 것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해외 아트페어는 시장성이 크지 않은 실험적인 작품들도 내놔서 대중의 눈높이를 올리고 결국 시장을 넓히는 방식으로 전략을 짠다”며 “반면 국내 아트페어는 이런 장기적 시도보다는 매년 재정적 손실을 안 보는 데 집중해 맥락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아트페어와 비교해 느슨한 심사체계도 성장의 걸림돌이다. KIAF를 비롯한 대규모 아트페어가 한국화랑협회 등 특정 협회 회원사를 중심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심사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체부의 아트페어 평가에 참여한 박영택(미술평론가) 경기대 교수는 “아트바젤은 독립 기관에서 행사를 운영해 참여 화랑이 내놓은 작품 수준이 낮으면 벌점을 주고 이것이 쌓이면 탈락시키기도 한다”며 “미술 시장이 어려운 만큼 더욱 까다로운 심사체계를 도입해 아트페어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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