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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新친일’에 ‘일본팔이’까지… 여야 험한 입 닫고 냉각기 가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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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문희상(왼쪽 두번째)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 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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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느닷없는 ‘친일 논란’으로 비화돼 비등점을 넘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처하는 예산 항목을 추경에 반영해 조속히 통과시키려는 여권의 복안이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반대로 벽에 부닥치자 여권이 돌연 ‘친일 프레임’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당은 국민을 이간질하는 편 가르기이자 치졸한 ‘일본팔이’라고 맞받아쳤다. 참의원 선거 승리로 아베 정부의 전방위 공세가 예상되는데도 정치권이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시대착오적 시비만 일삼으며 분란을 자초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 임시국회가 공전 끝에 성과 없이 끝나자 “한국당이 한일전 백태클을 계속하며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은 신(新)친일”이라며 국민에 의한 퇴출을 경고했다. 일본 공습 대책이 포함된 추경 반대를 ‘백태클’에 비유한 것인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애국ㆍ이적’ 프레임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부정하면 친일파”라는 주장을 원용한 흔적이 짙다. 이 원내대표는 급기야 협상 무용론을 제기하며 한국당의 추경과 연계한 국정조사나 국방장관 해임 건의안 요구 수용 불가 입장도 분명히 했다.

반면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외교ㆍ안보라인은 물론 내각 총사퇴까지 거론될 상황”이라며 “청와대와 생각이 다르면 친일파 딱지를 붙이는 것은 한일 갈등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처사”라고 몰아붙였다. 신친일 압박에도 추경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또 조 수석이 이날도 “대법원 판결을 비방ㆍ매도하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무도(無道)하다”고 공격하자 “국민을 편 가르고 선동하는 그의 경거망동이야말로 이적행위이자 친일행위”라고 비난했다.

역지사지는커녕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매도하며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여야의 강경 대치로 추경안은 국회 제출 90일이 넘도록 기약 없이 표류하게 됐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어제도 만났지만 자기 주장만 고집하다 헤어졌다. 일본 공습의 먹구름이 산업 현장에 짙게 몰려오고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되는데도 정치권에는 강 건너 불이다.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이러니 일본이 우리를 얕잡아보아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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