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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죽창가→매국→이적→친일→서희ㆍ이순신까지…日 관련 조국 SNS 43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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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국 민정수석이 15일 춘추관에서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전략회의 결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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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건.’

지난 13일부터 열흘 동안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공개 게시글 수다. 이 중 고(故) 정두언 전 의원의 별세를 애도한 1건을 제외하면 전부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겨냥한 내용이다. 12일 올렸다가 삭제한 인용글(“남은 건 절치부심(切齒腐心)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을 농락하는 아베 정권의 졸렬함과 야비함에는 조용히 분노하되 그 에너지를 내부 역량 축적에 쏟아야 한다”)도 있다.

조 수석은 공개글론 열흘만, 비공개 글까지 포함하면 11일만인 22일 “일본과 관련해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할 수 있는 말은 다 해서”란 이유라고 한다. 실제 조 수석은 많은 말을 쏟아냈고 많은 감정을 드러냈다. 그간 게시글을 쫓아가봤다.

한참 잊고 있던 이 노래(죽창가)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다. (13일 오후 11시 37분) 시작은 과거 동학농민운동을 기린 노래이자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사용됐던 죽창가를 언급하면서부터다. 조 수석은 드라마 '녹두꽃'의 마지막 회에 나온 죽창가를 링크했다. 반외세를 외치던 구한말 상황과 지금을 연관시키며 항쟁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 (16일 오후 8시 5분) 첫 글 이후 일본 경제 보복 관련 정부 입장이나 기사를 링크하는 데 그쳤던 조 수석은 16일 처음으로 ‘매국’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일본어판 제목이 한국어판과 달리 달린 양 주장하면서다. 바로 다음 날인 17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조 수석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 다만 중앙일보를 두곤 “제목이 바뀌진 않았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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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8일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혹은 '좌냐 우냐'가 아닌 '애국이냐 이적이냐'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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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경제전쟁’이 발발했다. 중요한 것은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다. (18일 오후 7시 26분) 조 수석이 이분법적 규정을 한 건 18일이다. 매국에 이어 '이적'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지금은 이견을 표명해서 서로 비난하고 갑론을박할 시기가 지나버린 것 같다.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서 대처하도록 돕자”고 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을 링크로 첨부한 후 “존경합니다”라고 적었다. 정부의 뜻에 따르는 사람을 애국자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을 이적자로 규정했다는 비판이 야권에서 나왔다.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20일 오후 2시 3분) 이틀 뒤엔 800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한 뒤 “‘외교 협정으로 인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사람을 ‘친일파’라 불러야 한다”고 했다. 조 수석은 8시간 뒤 일본 정부의 정치적 논리를 요약한 약 700자짜리 장문의 글을 또 한 번 쓴 뒤 “이 논리에 동조하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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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해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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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하여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7월 21일 오전 6시 58분) 21일엔 문재인 정부를 서희(고려시대 문신이자 외교관)와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 국력이 분명 한국보다 위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며 “WTO(세계무역기구) 판정이 나기 전에 양국이 외교적으로 신속한 타결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선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전엔 서희, 전쟁 국면엔 이순신에 문재인 정부를 비유했다. 이 같은 발언에 진보 진영의 김근식 경남대 교수, 'B급 좌파' 지식인 김규항씨 등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을 비방ㆍ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無道)하다. (7월 22일 새벽 6시) 조 수석은 22일 “ 민주국가에서 야당, 언론, 학자 등 누구건 정부와 판결을 ‘비판’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사법) 주권이 일본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을 비방 매도하는 건 무도하다”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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