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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에 136곳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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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경기도 용인에 지으려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제2 데이터센터' 용지를 공개 모집한 결과, 60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개인사업자까지 포함해 총 136개 용지가 접수됐다. 직접고용, 세수 확보, 정보기술(IT) 클러스터 조성 등 경제 효과를 기대한 지자체 러브콜이 이어지며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23일 네이버에 따르면 제2 데이터센터 용지 의향서를 집계한 결과, 이날 오전 11시 마감까지 총 136개 의향서가 접수됐다. 60개 지자체에서 78개 용지가 접수됐으며, 민간·개인사업자가 58개 용지를 접수했다. 네이버는 각 지자체의 문의가 이어지자 '제2 데이터센터 태스크포스(2nDC TF)'를 꾸리고 지난 12일부터 새로운 네이버 데이터센터 용지 제안 페이지를 열어 공개 접수를 시작했다. 불과 10여 일 만에 136개 용지가 지원하며 네이버 차세대 데이터센터 입주를 놓고 경합을 벌이게 됐다. 한 지자체가 중복 지원한 경우가 있어 총 118개 사업자·지자체가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와 대전시, 충북, 강원도 등 지방 도시들이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백지화한 용인시를 비롯해 6곳 정도가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남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경기 북부 지역 지자체들의 관심이 높았다. 경기 남부 지역에서는 용인시, 수원시, 광주시가 유치를 희망했다. 인천에서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청라국제도시가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를 원했다.

충청권에서는 의향서 제출 마감을 하루 앞두고 대전시가 네이버 측에 데이터센터 유치 의향서를 전달했다. 충북 제천과 충주도 제안서를 제출했다. 대전시는 과학벨트 둔곡지구에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단순 센터 유치를 넘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과 관련한 산업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천시의 경우 현재 조성하고 있는 제3 산업단지 안에 용지 제공과 더불어 인센티브를 담은 유치 제안서를 네이버 측에 제출했고, 충주시 또한 맞춤형 용지를 발굴해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중부내륙권 신산업도시로의 이점을 앞세우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강릉시가 데이터센터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네이버는 다음달 14일까지 네이버 세부 요구 사항을 반영한 최종제안서를 접수한 용지에 대해 내외부를 동반한 공정한 심사와 현장 실사 등을 실시한다.

오는 9월 내 최종우선협상자를 선정하며 후보지가 선정되면 기존 계획과 동일하게 2023년까지 5400억원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많은 관심을 보여줘 감사드린다"며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투명하게 선정 절차를 진행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대전시, 충청북도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인공지능(AI) 등 관련 산업 육성 지원을 약속하는 등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모시기에 나섰다. 네이버가 기존에 지으려다 철수한 용인시마저도 용지를 제안하는 등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역 도시들은 각자 용지의 장점을 피력하고 있다. 수원시는 제1부시장을 주축으로 한 TF팀을 만들었다. 다른 지역보다 토지 매입 가격이 낮고, 도로 등 기반시설을 모두 갖춘 수원시 고색동의 델타플렉스(Delta Plex, 전 수원산업단지)를 제안했다. 제2 데이터센터 용지로 낙점되고도 기흥구 공세동 주민들의 반발로 백지화된 용인시는 학교, 아파트 등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대체 용지를 찾으며 재유치에 공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기존 용인 용지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시가 제안한 새 용지에 대해 다른 지자체와 동등한 기준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용인시에 대해서도 불이익 없이 다른 지자체와 같은 기준으로 투명하게 선정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천에서는 인천경제청이 청라국제도시라는 특성을 살려 제안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네이버가 내건 조건과 향후 네이버 측에서 요구할 개발계획 변경 등을 감안해 청라국제도시를 후보지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강릉시는 교동 올림픽파크 인근 20만㎡ 용지를 데이터센터 설립 용지로 제안했다. 강릉시는 서울~강릉 KTX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1시간대 이동이 가능한 점, 동해안의 청정한 환경 등을 내세웠다. 강릉시 관계자는 "강릉은 수자원 등이 풍부해 데이터센터 건립지로 적합하다"며 "네이버 측이 구상하는 '그린에코'와도 부합한다"고 당위성을 밝혔다.

원주시는 부론국가산업단지와 일반산업단지에 유치를 희망했으며,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영동고속도로와 인접해 교통편이 편리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첨단산업단지로 조성 중인 '블루밸리산업단지'를 신청한 포항시는 포스코 등 산업체뿐 아니라 중이온가속기 같은 대형 연구시설이 밀집해 데이터 수요가 높다는 입장이다.

파주시는 캠프 에드워즈와 스탠턴 등 미군 반환 공여지가 네이버가 제시한 전력, 상수도, 통신 등 필수 요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최종 용지를 검토 중인 포천시는 대지와 농지인 만큼 개발 인허가 등 행정 절차가 수월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자체들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높다고 보고 유치전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 데이터센터가 있는 춘천은 비상주 인력까지 포함해 17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세수는 수십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네이버 이사회 공시에 따르면 사업비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기존 제조업과 달리 간접고용과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4차 산업 클러스터 계획을 네이버 측에 전달한 대전시 관계자는 "단일 데이터센터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정보기술 서비스 산업의 클러스터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유치에 나섰다"며 "특히 빅데이터가 AI, 자율주행차 등과 연계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스트럭처이기 때문에 대전에는 더욱 매력적인 시설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 = 조한필 기자 / 인천 = 지홍구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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