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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좋아하고 성경도 좋아하니 ‘맥덕 목사’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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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술기로운 생활’ 유튜버 고상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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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균 목사는 ‘맥덕(맥주 덕후) 목사’로 불린다. 한 주 평균 두차례 맥주를 마신다. 한 자리에서 보통 캔 맥주 3개를 마신단다. 술은 다 좋아하지만 대학 1학년 때 접한 인생 첫술인 맥주를 가장 좋아한다.

그는 올초 유튜브 ‘술기로운 생활’ 채널도 열었다. 지인을 불러 술 이야기를 하고 좋아하는 맥주를 감별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도 한다. 초대 손님인 가톨릭 성직자가 맥주 한 모금으로 얼굴에 홍조를 띠고 진행자인 고 목사와 깔깔거리기도 한다. 파격이 주는 재미가 있다. 그는 최근 인터넷 연재글을 모아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꿈꾼문고)란 책을 냈다.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수입 맥주의 기독교 기원 등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를 지난 19일 서울 서대문역 근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2013년 목사 안수를 받고 4년 동안 향린교회 부목사로 사역했다. 지난 2년은 박사 논문 작성에 주로 매달렸단다. 그는 현재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석사 논문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동성애’도 이 대학에서 썼다.

성경과 맥주.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뭘 더 좋아하냐고 묻자 그는 뜸을 들이더니 “둘 다라고 써주세요”라며 크게 웃었다.

먼저 ‘개신교와 음주’에 대해 물었다. “미국과 유럽의 개신교는 음주를 개인이 알아서 지켜야 할 삶의 규범 정도로 생각해요.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아주 경건한 소수의 신앙공동체만 법으로 술을 규제합니다.” 한국 개신교는? “95% 정도가 음주를 금지합니다. 신학생들이 술을 마시면 퇴학 사유가 됩니다. 기독교 장로회 교단인 한신대만 예외입니다.”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한국 선교에 나선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조선 민중의 음주 문화를 저급한 것으로 봐 신도들에게 술을 끊으라고 했죠. 선교사의 이런 왜곡된 시선이 해방 뒤 교회법에 들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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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궁금했다. ‘맥덕’이면 될 일이지 굳이 방송까지 하는 이유는? 그는 지난 10년 동안 ‘술과 인문학’이란 주제로 강연을 해왔다. “많을 때는 한해 10번 정도 했어요.” 시작은 군 복무 때였단다. 그는 학사장교로 7년간 군에 있었다. “2003년 전역을 앞두고 앞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 신학대학원 진학 말고 소믈리에도 생각했죠. 그래서 부대 마트에서 와인이나 맥주를 사 시음도 하고 일지도 썼어요. 그때 제가 맥주 맛을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 뒤로 맥주 공부를 시작했죠.”

그는 두가지를 이야기했다. “술이라는 편한 매개물로 삶에서 뭐가 중요한지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맥주 이야기를 하면 술을 만든 사람의 노동이나 맥주 가격의 결정 방식 등도 말해야 합니다. 요즘 네 캔에 만원하는 수입맥주도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으로 가능했거든요. 술은 우리 삶의 문제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요. 또 음주문화를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그가 보기에 이땅은 제대로 술맛을 즐기기 힘든 이상한 음주문화가 판친다. “술자리에서 주로 주식과 돈 이야기를 합니다. 이상한 짓을 하려고 술을 마시기도 하죠. 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 술을 훨씬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독일 맥주 ‘벡스’를 예로 들었다. “벡스는 자유시 브레멘 시민들이 프로이센 침략에 맞서 결사 항전한 뒤 잿더미가 된 도시를 다시 일구고 세운 양조장에서 만들었죠. 짖지 못하는 개나 알을 낳지 못하는 닭과 같이 찌질한 동물들이 이상향을 꿈꾸는 내용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의 바로 그 도시이죠. 전제주의에 맞서는 자유의 상징과 갖은 곳입니다.”

학사장교 7년간 맥주맛 감별감각 ‘발견’
신학대학원 다니며 ‘술과 인문학’ 강연
“술 매개로 삶의 중요한 의미 이야기”


‘수도원 맥주 유럽 역사를 빚다’도 펴내
‘술꾼 예수’ 등 기독교와 음주문화 탐구
“금주 엄격한 종교일수록 건강하지 않아”


그는 책에서 기독교와 맥주의 깊은 관계를 따라간다. 이는 종교 개혁과 성평등 등 세상의 진보를 따라가는 길이기도 하다. 성공한 맥줏집 사장이었던 마르틴 루터의 아내 카타리나 폰 보라, 맥주에 들어가는 홉의 효능을 발견한 여성해방운동가이자 위대한 수도자 힐데가르트 폰 빙겐 수도원장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기독교는 음주가 제의 한 가운데 들어가는 종교입니다. 중세 때 최고 지식인이자 기술자였던 수도사들은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금식이나 고된 노동에 지친 몸을 달래는 유일한 단비가 맥주였거든요. 맥주 사업은 수도원 재정에도 중요했어요. 수도원 맥주가 최상인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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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맥주를 예수 정신과도 연결했다. “복음서를 보면 권력자들이 예수를 비난할 때 먹보와 술꾼이라고 합니다. 예수공동체가 종교적 금욕을 지키지 않고 먹고 마셨다고 본 거죠. 그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민중들은 안식일조차 지키기 어려웠을 겁니다. 예수는 율법공동체보다 민과 함께 먹고 마시는 식탁공동체를 하나님 공동체라고 봤어요. 지금으로 보면 둘러앉아 맥주 한 잔 마시는 자리가 해방의 자리이죠. 술을 극도로 경계하는 종교는 대체로 상태가 좋지 않은 종교입니다. 아이에스(이슬람국가)를 보세요.” 그는 “술에 대한 금기는 교회 보수성의 한 상징이다. 술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 교회사도 제대로 보이고 교회의 사회적 공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성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많다. “사회에서 소외당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던 성소수자들이 인권의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굉장한 민중사건입니다. 민중신학의 한 사건이죠.”

박사 논문 주제는 ‘구약 레위기 18장에 대한 퀴어(성소수자) 비평’이란다. “레위기 18장에 남성과 남성은 잠자리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나와요. 동성애 금지와 혐오의 근거가 되는 대목이죠.” 그의 레위기 18장 해석은 이렇다. “비늘 없는 물고기를 먹지 마라, 두가지 재료로 만든 옷을 입지 말라는 내용도 성경에 나와요. 이대로라면 오징어를 먹어선 안 되고 혼방 옷도 입어선 안 됩니다. 어떤 것은 문자대로, 어떤 것은 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성서를 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저는 성경에는 텍스트가 쓰여질 당시 문자 해독이 가능했던 소수의 최상 엘리트층의 의도가 담겼다고 봅니다. 레위기 18장 그 대목은 남성 중심 가부장제를 지탱하려는 의도가 담겼어요. 어머니와 성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그 이유를 아버지를 욕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성경 구절에서도 같은 의도를 볼 수 있죠.”

동성애 혐오의 주요 발신지가 교회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성소수자 문제가 90년대 초반에 본격 제기된 뒤로 점진적 진전이 있었어요. 성소수자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답변이 사회의식 조사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어요. 기독교인 일반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높게 나와요. 그런데 그 목소리가 교회의 강력한 저항 앞에 묻힙니다.” 덧붙였다. “지난 10년 조사를 보면 기독교인이 계속 줄고 있어요. 위기 앞에서 건강한 조직이라면 왜 인기가 없는지 그 이유를 묻고 자정하고 개혁해야 하는 데 지금 교회는 바깥에서 적을 만들어 내부에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어요. 성소수자, 이슬람이 바로 그 외부의 적이죠. 이들을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만난 과정이 이채롭다. “5~6살 무렵이었어요. 동네 교회의 종치는 소리가 너무 좋아 그 소리에 끌려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신학과에 바로 가면 꽉 막힌 목회자가 될 수 있다는 담임목사 조언에 학부는 기독교교육과를 갔어요. 학부 3학년 때에야 세상의 정의가 하나님의 정의와 다르지 않다는 낮은 수준의 민중신학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대학원은 한신대에 가 기독교장로회 교단 목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죠.” 종교는 자신의 의지로 만났지만 술은 집안 내력이 있단다. “할아버지가 강원도 정선에서 꽤 큰 술도가를 했어요. 강원도 전역으로 술을 공급했다고 해요.”

목회자와 신학자 중 어느 길로 갈 것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목회자요. 사실 목회자와 신학자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는 교회를 성서의 해석 공동체라고 봅니다. 가톨릭은 성서 해석 권한이 교회에 있지만 개신교는 교인이 성서 해석 권한을 가집니다. 교회를 중심으로 성서 해석의 장을 여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물었다. “이사야서 11장 6~9절, 65장 21절과 22절입니다. 어린이가 독사 굴에 손을 넣고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풀을 먹어요. 독사는 이집트 왕, 사자는 앗시리아 왕을 가리킵니다. 하나님 나라가 오면 외부 침략자에 억눌리지 않고 함께 잘 살 수 있다는 종교적 이상향을 말하고 있어요. 내가 재배하는 포도를 내가 먹으면 그게 하나님 나라라는 말도 있어요. 하나님의 정의가 이 땅에 실현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이 담겼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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