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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의사-환자 모니터 진료' 첫 단추… 한국식 '원격의료'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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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민승기 기자, 김근희 기자] [닻 올린 규제자유특구]환자, 집에서 의사와 모니터상 상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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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춘천에서 시도되는 원격의료 핵심은 환자가 집에서 태블릿PC 같은 기기로 의사로부터 질병 상담과 교육을 받는다는 점이다. 환자가 보건소 등을 찾아가면 보건소 소속 의료인이 의료기관에 연락해 처방을 받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형태다.

보건소 등 공공의료가 주도하던 진료행위를 민간이 맡는 것도 큰 변화다. 민간이 효과와 경제성을 판단하게끔 한 것이다. 실증사업 후 법제화 단계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강원도를 무대로 2년간 4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 실험을 벌인 뒤 전국으로 확대할지, 실증 특례 기간을 연장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사상 첫 민간의료기관 주도, 의사-환자 원격진료 = 참여 대상은 원주와 춘천 격오지에 거주하는 만성질환자로 2년간 400명으로 한정됐다. 병원에서 우선 진단을 받은 뒤 재진하는 환자라는 제한 요소도 붙었다. 의료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격오지 거주자여야 한다.

환자가 집에서 의료인과 모니터상 상담과 교육이 시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군부대, 감옥, 원양어선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의료법에 의해 허용되지 않았던 시도다. 2014년 이후 보건복지부가 3차례 벌인 시범사업도 환자가 보건소 등을 찾아가 의사 내지 간호사를 만나면 이들 의료인이 1차의료기관(의원) 의사에 연락해 진단과 처방을 받는 정도에 그쳤다.

1차 의료기관(의원)이 의료행위를 주도하는 것도 최초다. 보건소나 보건지소, 노인요양시설 등 주로 공공의료기관이 중심이던 복지부 시범사업과 다른 점이다. 민간이 원격의료에 의한 의료적 가치와 경제적 효과를 직접 경험한 사례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구시에서는 재택 임상서비스 실증사업이 추진된다. 3D프린터를 활용한 첨단의료기기 공동제작소 구축과 임상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재택 임상 서비스를 통해 의료헬스케어 분야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규제특례로 의료기기 공동제조소 설치와 품질관리자 공동지정, 재택수집 데이터 전송 등 7개 규제가 풀린다.

정부는 강원도 원격의료로 230명 일자리 창출과 390억원 경제효과를 기대했다. 대구 스마트웰니스 사업을 통해서는 409명 고용과 더불어 14개사 창업, 1570억원 경제효과를 예상했다. 정부는 또 2년간 실증사업 효과를 지켜본 뒤 후속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효과를 따져보고 규제특례 기간 연장 여부를 비롯해 법제화 후 전국 단위 본사업을 추진할지 등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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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에 겉돌던 원격의료, 19년만에 본궤도 = 원격진료 도입은 19년 전인 2000년 강원도 보건소에서 첫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의료법에 가로막혀 진전 없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복지부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차례 진행한 시범사업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음에도 상황은 그대로다. 1차 평가에서 환자들 만족도는 77%, 2차 평가와 3차 평가에서 환자 만족 점수는 10점 만점에 각각 8.58점과 8.64점을 기록했지만 그 뿐이었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2010년 4월 처음으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상임위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자동폐기 됐다. 2014년 4월과 2016년 6월에 제출된 개정안도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2월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계류 중이다.

복지부는 2017년부터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를 대상으로 의사가 환자를 사이에 두고 간호사 등 의료인과 협진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동안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팽창일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15년 181억달러(약 21조3000억원)에서 올해 305억달러(약 36조원), 2021년에는 412억달러(약 48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도시 제외, 환자 한정은 아쉬워" = 강원도의 시도에 기대와 아쉬움이 공존한다.

주진형 강원도 광역치매센터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실증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며 "이번 사업을 디딤돌 삼으면 앞으로 좀 더 나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원격의료 실증사업 지역이 격오지로 제한된 점, 환자 숫자가 제한된 점 등은 아쉬운 대목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존 정부 시범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평가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실증사업 지역이 격오지로 제한되고 참여 환자 숫자로 너무 적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의사단체는 원격의료에 여전히 반대입장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단순 모니터링에 진단·처방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우려스럽다"며 "원격의료가 신의료기술인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민승기 기자 a1382a@mt.co.kr,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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