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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부작용 알면서도 ‘민간 분양가 상한제’ 밀어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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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약 처방으로 집값 잡겠다는 정부 / 시장에선 “중장기로는 집값 뛸 것” / ‘총선용 규제 일변도 정책’ 지적도

세계일보

정부가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의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25개 구와 경기 과천·광명·하남·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구는 모두 적용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를 위해 주택법 시행령을 바꿔 투기과열지구를 분양가 상한제 적용 필수요건으로 못 박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도 기존 ‘관리처분계획 인가’에서 ‘입주자 모집 공고’ 단계로 앞당겨진다.

초고강도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시장의 가격조정 기능을 제쳐놓고 민간 아파트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는 탓이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점점 커지고, 일부 아파트는 전 고점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벌써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분양가를 잡아 집값 상승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를 강제로 낮추면 부담은 해당 주택 소유주에게 돌아가며, 재건축·재개발은 꽁꽁 얼어붙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공급 물량을 줄여 집값을 더 큰 폭으로 뛰게 하는 효과를 낳을 것은 빤한 이치다. 집값 오름세가 주변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여당에서조차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분양 시장의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문제로 남는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는 시세보다 20% 이상 싸질 수 있다. ‘로또 아파트’가 곳곳에 등장할 것이다. 정부는 전매제한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늘려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은행 돈 빌리기가 힘든 상황에서 이런 조건을 감내할 수 있는 계층은 부유층일 수밖에 없다. 대다수 실수요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잘 알면서도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총선 때문이라고도 한다. 여당이 ‘강남 집값과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선거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으로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한다. 집값 흐름을 놓고 봐도, 거시경제를 놓고 봐도 이번 정책은 악수 중 악수다. 시장에 등을 돌린 정책치고 성공한 정책은 드물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래야 집값도 잡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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