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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돌봐야하는데…” 가족이 간병 떠안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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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제도 개선방안 발표

“정부 인정 질환 협소하고 피해 인정까지 수백일 걸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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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중(64)씨는 목을 절개해 인공호흡기로 숨 쉬는 아내(59)를 2008년부터 12년째 돌보고 있다. 김씨 아내는 2011년 11월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을 신청했지만, 2014년이 되어서야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피해를 인정받았다. 2008년부터 아내에게 들어간 병원비는 1억5천만원 이상. 이 가운데 정부로부터 ‘구제급여’로 지원받은 돈은 58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폐 질환과 관련된 병원비를 제외하면, 장기 투약으로 인해 생긴 피부염 등에 대한 비용은 온전히 김씨가 부담해야 했다. “정부에서 긴급 지원 명목으로 3천만원을 줬고, 나머지 돈은 구제급여 명목으로 받았는데 왜 5800만원만 준 건지에 대해 따로 설명은 없었습니다.”

김씨는 애초 아내와 함께 프로그램 개발 판매 일을 했지만, 아내가 앓아 눕게 되면서 화물차 배달 일을 해 한달 350만원 정도를 벌었다. 그러나 아내가 2017년 4월께 기관지 절개 수술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달게 되면서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간병인에게 하루 12시간 간병을 맡기고 있지만, 아내 옆엔 24시간 누군가 있어야 한다. “인공호흡기로 산소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가래가 생기는데 석션(흡인)을 안 하면 기도가 막혀서 죽어요. 간병인은 무섭다고 안 하니까 내가 종일 붙어서 할 수밖에 없죠. 지금은 수입이 없어서 직장에 다니는 큰아들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행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제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김씨처럼 정부에서 피해 비용에 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 인정 자체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처한 제도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책을 발표했다.

사참위는 1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권역별, 전국 규모 설명회를 통한 의견 청취, 사참위 내부 실무 티에프(TF)를 통한 전문가 의견 수렴, 정부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현안 점검 등을 토대로 현행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제도의 개선방안 7대 원칙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사참위는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문제로 ‘지나치게 협소한 건강피해 인정’을 꼽았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은 폐 질환, 천식, 아동간질성폐질환 등 8가지 정도다. 반면 피해자들이 피해를 받았다고 밝힌 질환은 안과 질환, 신경계 질환, 피부질환, 내분비계 질환, 암질환 등 20여 가지다. 국회에서 통과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특별법)’에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해당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하위 시행령에는 “상당한 인과관계 인정”, “의학적 개연성 인정” 등 보다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은 “환경성 질환은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개연성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해서 지원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임에도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엄격하게 조건을 바꿨다”며 “현 정부에서 왜 이렇게 바꿨는지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으로 나눠 차별하고 있는 점도 사참위는 문제로 지적했다.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은 의료비와 생활비 등 피해지원 금액에선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구제급여’는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고, ‘구제계정’은 기업 지금으로 지원하는 차이가 있다. 아울러 ‘구제급여’의 경우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공식 인정했다는 의미여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 등이 가능하지만, ‘구제계정’에 속한 피해자들은 기업과의 소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사참위는 피해를 인정받기까지 수백일이 걸리는 점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한다고 봤다. 현재 특별법은 “피해 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피해구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인정 여부와 피해등급 등을 결정해야 하고, 결정하기 곤란한 경우 30일을 연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참위 조사 결과, 피해 신청에서 인정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최소 273일에서 최대 526일이었다. 사참위는 “‘내가 왜 이런 판정을 받았는지’ 등 판정 결과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피해 인정자들에 대한 지원도 유명무실하다. 사참위는 “현재 피해지원은 의료비 등만 포함돼 정신적이나 물질적(노동력 상실에 대한 보상) 등이 빠져있고, 요양생활 수당이나 간병비 등이 비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옥시와 롯데 등 기업의 배·보상이 지연되고 있는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고, 피해자들이 지속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참위는 이에 따라 △현재 정부가 인정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 범위 확대 △현행 특별법의 취지인 신속한 구제의 취지를 심의 기준에 적극 반영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의 구분 폐지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을 통합해 기금으로 확대 및 위로금 등 실질적 피해지원 △피해자 소송제기 시 정부 지원 의무화 △판정절차 간소화 및 피해자 추천위원 참여 △지속적 피해지원 시스템 구축 등을 정부에 제안했다.

사참위는 “피해자 고통에 귀 기울이고 적극 의견을 반영한 해법을 제시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잘못된 첫 단추를 시작으로 땜질식으로 대응해왔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시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이번 기회를 놓쳐서 피해자들 울리는 후진적 행정을 제발 중단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회에는 여야를 떠나 가습기 참사를 통해 희생된 분들이 하루빨리 구제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국민에게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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