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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국가 제외' 주고 받은 한일, WTO 분쟁해결서 누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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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박경담 기자] [정부 "상응조치 아니다" 강조…"제도 개선 자체 문제 없겠지만 실질 규제 과정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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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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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 만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이후 분쟁해결절차에서 한국이 불리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상응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실질 조치도 아직 이뤄지지 않아 제도 개정 만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수출규제 과정에서 입증 가능한 피해가 발생하면 대응보복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개정안을 발표하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개편은 통상적인 고시 개정 절차의 일환으로 진행됐고, 일본이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에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WTO 제소 방침도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WTO 제소 과정을 대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제도를 고친 만큼 이번 조치 자체가 분쟁해결절차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 수출규제 조치의 '거울입법'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제도만 고쳐놓은 수준으로 상응조치로 보기는 애매하다"며 "실질적 조치가 없는 단계에서 WTO 협정 위반이 될 소지는 매우 낮아 일본으로서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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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도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이 전략물자를 잘못 관리했다는 명분이 있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보복 조치가 아니라 일본의 관리부실에 따른 결정이라는 점을 근거를 통해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향후 다툼을 불리하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만은 없다는 얘기다. 일본은 이번 조치에 대해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리가 일본의 백색국가 조치를 문제 삼아 WTO에 제소하겠다고 했는데, 똑같은 조치를 한다면 우리 스스로 WTO 협정을 위반하는 셈"이라며 "부적절 수출통제 사례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면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원론적으로 보면 양국 조치가 미러이미지(거울상)이기 때문에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논리가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 가능할 것"이라며 "수출 규제 조치로 일본 기업에 입증 가능한 피해가 발생하면 거꾸로 우리 측 조치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대한 WTO 제소 근거로 들어온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11조 1항 등을 역으로 한국이 위반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조항은 상품의 수출입에 대해 쿼터, 수출입 허가 등 어떠한 형태의 수출입 금지 또는 수량제한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대응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일본이 최근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를 내준 것도 수출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명분 쌓기 차원으로 본다"며 "우리도 일본 측 대응을 보면서 실제 규제 조치를 조심스럽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는 "최근 상소기구 무력화 사태를 고려하면 우리 정부도 문제 가능성을 알면서도 대응 수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차원에서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다툼으로 갔을 때 책 잡힐 일이 없도록 선제적 후속조치 보다는 일본의 향후 수출규제 조치를 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종=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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