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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승부수, 1000억 자사주 사고 1조 부동산도 매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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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에 있는 이마트 본사 사옥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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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6월 말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는 역량을 축적해야 하고 기회가 왔을 때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반드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마트가 13일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강화키로 한 배경이다.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2011년 ㈜ 신세계에서 ㈜이마트로 기업 분할을 통해 별도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실제 회사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한 주가를 안정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미래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나왔다. 이마트는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며 위기가 현실화했다.

주력 사업인 오프라인 할인점에서 강세를 보였던 식료품 부문이 온라인 유통 채널의 공세에 직면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초 30만 원대이던 이마트 주가는 올해 들어 2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현재 11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이마트 본연의 경쟁력인 오프라인 매장으로의 소비자 유입이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정 부회장의 의지”라며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올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이마트는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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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중앙포토]



취득예정 주식 수는 90만 주로 이마트 발행주식 총수의 3.23%다. 금액으로는 12일 종가기준 약 949억 5000만원 수준이다. 취득 예정 기간은 8월 14~11월 13일로 장내 매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이마트 측은 “이번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미래 실적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존 점포 리뉴얼, 수익성 중심의 전문점 운영 등 현금 흐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주주 이익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 부회장도 대주주의 책임경영 목적으로 지난 3월 27일~4월 4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주를 매입했다. 금액으로는 약 241억원이다.

이마트는 자사주 매입과 함께 점포 건물을 매각한 다음 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 유동화도 진행한다. 13일 오후 KB증권과 10여개 내외의 자가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마트가 점포 매각을 통한 현금 마련에 나선 것도 창사 후 처음이다.

부동산 매각 카드까지 꺼낸 건 오프라인 1등 프리미엄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1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확보된 현금을 재무건전성 강화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일부 점포를 유동화하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불필요한 차입금을 갚아 이자 부담과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점포 매각 이후에도 10년 이상 장기간 재임차하게 된다” 며 “기존 점포운영은 자산 유동화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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